03/09/2026
나는 2026년 9월의 지금, 우리 인류가 300만 년 전 플라이오세 지구로 이행하기 바로 직전의 고갯마루에 서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내 생각엔, 산업화 이전의 안정된 지구는 낮은 골짜기의 반응 물질 상태였다. 그리고 평균 온도 1.5도 상승이라는 저지선 너머의 세상은, 그 반대편에 있는 생성 물질의 골짜기와 마찬가지다. 그 생성 물질은 사실 지구에게 있어서 완전히 낯선 상태는 아니다.
이산화탄소 농도로 보면, 우리는 이미 그 낯설지 않은 세상, 플라이오세에 도착해 있다. 지금 대기 중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428ppm 내외로 보이고, 지난 5월 연중 최고치는 433.95ppm이었다. 이는 플라이오세 중기, 온난기 당시의 농도와 거의 똑같다. 그때 지구는 지금보다 약 2도에서 3도 더 따뜻했고, 해수면은 15미터에서 25미터 더 높았으며, 지금은 얼어붙은 북극권에 숲이 우거져 있었다.
다만 그때와 지금이 다른 점이 하나 있는데, 그때는 그 농도와 그 온도에 이르기까지 수만 년, 수십만 년의 시간이 걸렸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같은 목적지를, 겨우 백몇십 년 만에 주파해 버렸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제일 미친 듯이 날려나가, 이미 그 농도에 도착했고, 이제 나머지 지구 전체의 온도와 지구 질서가 그 뒤를 헐떡이며 쫓아가는 중이다.
_신익수 숭실대 화학과 교수(《호모 카르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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