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6/2026
1,504쪽. ‘쇼츠 shorts’의 시대에 꽤나 두꺼운 벽돌책을 출간했습니다.
《유럽 1815-1914 : 힘을 좇아 투쟁하다》(원제 Europe 1815-1914 : The Pursuit Of Power).
저자는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인 리처드 J. 에번스이고, 번역은 서울과기대 김남섭 교수님이 맡아주셨습니다. 번역에 2년, 편집에 1년, 꼬박 3년이 걸렸네요.
이 방대한 책을 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왜 유럽이었을까?’에서 시작해 ‘근대를 쌓아 올리던 유럽의 19세기’를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나폴레옹(전쟁)이 몰락한 1815년에서 출발해서 1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인 1914년까지, 100년을 다루는데요. 시대적 흐름, 즉 통사적 기술만 따르지 않습니다. 이 점이 책의 큰 장점이고, 그래서 방대한 분량임에도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중간 중간 지도와 컬러 도판도 있어요.)
굵직한 정치·외교적 사건 뿐만 아니라, 철도와 전신이 세상을 연결하고, 언어가 표준화되고, 신문이 대량 보급되고, 중등교육이 확산되고, 여성의 참정권이 대두되고, 새로운 예술이 등장하는 등 유럽의 근대가 어떻게 형성되어 가는지 생생히 묘사합니다. 당연히 계급, 자본, 국가, 제국이 ‘힘 power’을 두고 어떻게 경쟁하고 갈등하는지도 보여주고요. 그야말로, 번영과 착취, 희망과 절망, 혁명과 반동, 평온과 불안이 교차하던 100년입니다.
그리고 왕과 귀족, 정치가와 장군 같은 ‘위대한 인물’만이 아닌, ‘몫 없는 자들’에게도 이름을 부여하는데요. 노동자, 농민, 상인, 병사, 여성, 예술가 등 당대를 살아간 이들의 기록(일기, 편지 등)을 통해 시대적 분위기와 삶을 전달합니다. 특히 그들의 세세한 감정들을 읽는 느낌이 남달랐습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시절(벨 에포크, Belle Epoque)로 기억되는 19세기 말의 유럽, 정확히는 유럽의 제국주의가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유럽의 근대가 얼마나 탐욕스러운지 생생히 느낄 수 있는데요. 한때 ‘세계의 문명’을 자처하던 이들이 이렇게 야만적일 수 있는지 참담하기도 합니다. 지금의 현실과도 많은 부분이 겹쳐 보이기도 하고요.
1,504쪽이라 선뜻 권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만, 익숙한 듯 낯선 유럽의 19세기를 마주하고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세계적인 역사학자 리처드 J. 에번스는 유럽에서 펼쳐진 이 역동적인 100년의 역사를 책의 원제(The Pursuit Of Power)에서 분명히 드러난 ‘힘(power)’이라는 단어를 ‘핵심틀’로 가져와 탐구한다. 이를 통해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