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6/09/2025
그의 자리 옆에서
나는 아직 어리다.
하지만 매일 아침, 할아버지가 부엌 구석에 앉아 혼자 밥을 드시는 걸 본다.
작은 상 위에 식은 밥, 김치 몇 조각, 그리고 반찬 두어 개.
할아버지는 늘 조용히 “잘 먹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천천히 숟가락을 드셨다.
나는 그게 이상했다.
왜냐하면 아빠랑 엄마, 나랑 동생은 식탁에서 같이 밥을 먹으니까.
햇살이 비치는 식탁에서 웃음소리가 들리는데,
할아버지는 늘 그림자 속에 계셨다.
한 번은 물어봤다.
“할아버지, 왜 여기서 드세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그냥 웃으시며 내 머리를 쓰다듬으셨다.
“우리 손주랑 같은 자리면, 반찬이 모자라잖아.”
그 말이 무슨 뜻인지는 잘 몰랐다.
하지만 그 미소는 어쩐지 슬퍼 보였다.
어느 날 아침, 나는 신나게 방으로 달려갔다.
“할아버지, 아침이야! 같이 먹자!”
그러나 방 안은 너무 조용했다.
할아버지는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었고, 손에는 사진 한 장이 꼭 쥐어져 있었다.
나는 작은 손으로 할아버지 어깨를 흔들었다.
“할아버지…?”
아무 대답도 없었다.
손은 차갑고, 얼굴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왜인지 모르게 너무 무서웠다.
뒤이어 울부짖는 엄마의 목소리, 뛰어 들어오는 아빠의 눈빛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날 이후, 부엌 구석의 그 자리에는 아무도 앉지 않았다.
작은 상은 접혀 벽에 기대 있었고, 그 위에 있던 반찬은 다 사라졌다.
나는 여전히 식탁에서 밥을 먹지만, 눈길이 자꾸만 그쪽을 향한다.
가끔 나는 묻는다.
“아빠, 왜 할아버지는 늘 혼자 드셨어?”
그러면 아빠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린 채 울었다.
나는 그 눈물을 이해하지 못한다.
다만 마음속에서 작은 목소리가 속삭인다.
만약 내가 조금 더 일찍 할아버지 손을 붙잡았다면…
만약 ‘같이 먹자’고 크게 말했더라면…
하지만 이제는 영원히 할 수 없는 말이 되어버렸다.
그의 자리 옆에는, 끝내 남겨진 그림자만이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