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2/2012
매일 야근하던 직원들, 8시간만 일 시켰더니
경기도 화성에 있는 식용유 전문제조업체 진유원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IMF)가 몰아쳤을 때도 '100만 달러 수출탑'을 수상할 정도로 건실한 중견기업이다. 대기업 등에 OEM(주문자위탁생산) 방식으로 식용유를 꾸준히 납품하는 등 경기를 타지 않고 사업이 번창했다.
진유원은 업체 특성상 기름을 짜고 정제하는 과정에서 기계를 한번 가동할 때마다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탓에 공장을 12일간 매일 24시간 가동하고, 2일을 정지하는 형태로 운영했다. 근무형태는 2조2교대로, 47명의 직원들이 주 6일을 12시간씩 맞교대 방식으로 일했다.
하지만 일거리가 늘어나며 직원들은 장시간 근로에 시달렸다. 주 72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노동에 늘 피로감을 호소했다. 이는 곧 생산성 저하로 이어졌다. 진유원 노사 모두 문제점을 잘 알고 있었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난해 말 마침 고용노동부에서 장시간 근로개선에 대한 정책을 내놓고 있던 터라 진유원은 전문 컨설팅을 받고, 근무형태를 2조2교대에서 3조3교대로 바꿨다. 직원 1인당 하루 8시간(주 46시간)씩 일하게 됐고, 월 기준으로 근로시간이 114시간(1인당)이나 줄었다. 그 결과 올해 7명의 직원을 신규 채용할 수 있었다. 노사는 근로시간 감소로 인한 임금감소분 중 90% 이상을 보전키로 합의했다. 노사가 '윈-윈' 하는 장시간 근로 개선의 모범 사례를 만든 것이다.
유경준 진유원 관리부장은 "근무체계를 바꾸니 직원들의 생산성이 늘고 설비보전이 잘 돼서 오히려 비용이 절감됐다"며 "그 돈으로 직원들에게 임금감소분을 채워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가 직원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준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며 "직원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직장생활을 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근로시간 단축(장시간 근로 개선)' 정책이 자리잡아가고 있다. 중소기업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노사가 장시간 근로의 폐해에 대해 공감하고 이를 개선하고 있는 것이다.
고용부는 지난 6월 자동차 부품업체에 이어 고무제품과 플라스틱제조업, 기계장비제조업 등 5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장시간 근로 점검을 마치고 그 결과를 올해 말 발표할 예정이다.
고용부는 각 업종별 장시간 근로 실태 조사를 통해 근로시간 단축에 힘을 쏟고 있다.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줄여 삶의 질 향상은 물론 기존 근로자들의 근로 시간을 줄인 만큼 신규 인력을 채용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노사합의를 거쳐 이 같은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해태제과 광주공장은 지난해 9월 장시간 근로로 인한 직원들의 피로 호소와 안전사고 위험 노출 문제가 제기되자 5개월 동안 노사가 함께 근로제 변경을 검토했다. 기존 주간 2조2교대를 3조3교대로 바꾸는 게 골자였다.
하지만 근무환경 변화로 나타날 부작용 때문에 협의는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돈'이었다. 사측은 근무제 변경으로 신규 일자리를 만들 경우 인건비가 들어가고, 노측에선 직원들의 임금이 줄어들기 때문.
협의가 지지부진하자 해태제과 공장장과 노조위원장은 승부수를 띄웠다. 조업형태 변경을 위한 노사협의회를 만들었고, 여기서 결정하는 대로 따르기로 한 것이다. 결국 2개월의 논의 끝에 3교대제를 도입키로 결정했다. 사측은 인건비로 11억 원과 복지비 2억7000만원을 추가로 투입했고, 직원들은 20% 정도의 임금삭감을 받아들였다. 노사의 결정으로 64명의 신규 고용이 창출됐다.
한승연 해태제과 공장장은 "직원들의 급여는 좀 줄었을지 몰라도 삶의 질 측면에선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품질개선이 이뤄졌고 직원들이 일터를 행복하게 생각하고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228,500원 3000 1.3%) 노사 역시 45년이나 이어온 밤샘근무를 내년부터 없애기로 하는 등 장시간 근로 개선에 동참했다. 현대차 노사는 내년 3월부터 현행 주야 2교대(10시간+10시간)에서 주간 2교대(8시간+9시간)로 근무형태를 전환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합의안이 시행되면 기존 근무체계(주간조 오전 8시~ 오후 6시50분, 야간조 오후 9시~ 이튿날 오전 8시, 주야 2시간 잔업 포함)에서 1조 8시간(오전 6시40분~오후 3시20분), 2조 9시간(오후 3시20분~이튿날 오전 1시10분, 잔업 1시간 포함) 근무로 바뀐다.
현대차 노사는 하루 근무를 3시간 줄이면서, 시간당 생산대수를 높이고 조회나 안전교육 등 기존 비 가동시간 일부를 작업시간으로 조정하는 등 공장별 인력 운영을 개선할 방침이다. 또 급여제도도 바꿔 현행 시급제에서 월급제로 전환해 노동자들의 생산성 향상 노력과 안정성을 높이기로 했다. 특히 심야근무를 기존 7시간에서 3.17시간으로 단축하면서 발생하는 임금손실을 통상급으로 보전키로 했다.
이채필 고용부 장관은 "장시간 근로개선이 근로자 삶의 질을 높이고,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며, 고용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며 "노사 모두 공생할 수 있는 기회"라 강조했다.
http://cnews.mt.co.kr/mtview.php?no=2012120308313261200&typ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