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8/2025
숨겨진 그릇
겨울 바람이 벽을 흔들 때마다 낡은 방은 삐걱거렸다.
나는 열 살, 언니는 스물셋.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우리는 둘만 남았다.
아침이 되면 언니는 늘 부엌에 먼저 나가 국을 끓였다. 오늘도 그랬다.
"민호야, 일어나. 밥 먹자."
작은 상 위에 놓인 건 국 한 그릇과 밥 한 덩이.
나는 그릇을 잡았다. "언니는?"
"나? 이미 먹었어."
그 말에 의심 없이 밥을 먹었다.
하지만 나는 몰랐다.
언니가 ‘이미 먹었다’고 한 그 그릇이,
사실은 내 앞에 놓인 바로 이 그릇이었다는 걸.
며칠이 지나면서, 언니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
"언니, 괜찮아?"
"응… 그냥 피곤해서 그래."
그날 저녁, 빵 한 조각을 구해왔다. 언니는 반을 뜯어 내게 주고, 나머지를 주머니에 넣었다.
"나중에 먹으려고?"
"응, 나중에."
밤에 잠에서 깼을 때, 나는 부엌에서 물 마시는 소리를 들었다. 살짝 문을 열어보니, 언니는 빵을 꺼내려다 멈추고 다시 넣었다. 그리고 물만 마셨다.
다음 날, 언니는 더 이상 일어나지 못했다.
"언니! 일어나!"
차가운 손이 내 손을 잡았다.
"미안해… 민호야… 너 배고픈 건… 절대 못 봐서…"
그 말이 끝나자, 언니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
나는 부엌으로 달려갔다. 언니가 숨겨둔 빵이 그대로 있었다.
그 빵은 차갑고 딱딱했지만, 내 손 위에서 마치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눈물이 빵 위로 떨어져 번졌다.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지만, 내 마음속에는 눈보다 더 깊은 겨울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