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1/2026
❄️ 책_구의 증명
재작년 겨울,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한국 방문 후 미국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내가 겪은 사랑하는 사람의 세 번째 죽음이었다.
불행히도 그 세 번을 다,
작별인사도 배웅도 하지 못하고
멀리서 소식만 전해 들었다.
그런 이별은 슬픔을 회피하게 한다.
다시는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났다고 인정하고 나면
정말 끝인 게 돼버리니까,
영원한 끝이라는 건 대체 어떤 크기의 아픔일지
가늠조차 할 수 없어 겁이 나니까,
스스로 믿고 싶은 가짜 현실을 만들어내
그 안에 숨는 쪽을 택하는 거다.
여느 어른들의 삶이 그렇듯,
사는 일이 바쁘고 멀리 떨어져 지내고 있어
오랫동안 보지 못할 뿐이라고.
실은 세상 어딘가에서 묵묵히 생을 이어가고 있을 거라고.
밥도 지어 먹고 빨래더미 앞에서 한숨을 쉬기도 하고
티비를 보다가 깔깔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면서.
지루하리만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그들의 일상을 멋대로 지어낸다.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만 슬퍼지게.
그런 식으로밖에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나는,
구의 죽음을 온몸으로 마주한 담이
구를 지키기 위해 선택한 방법에 대해
혐오를 드러낼 자격이 없다.
그저 생각해 본다.
구와 담의 사랑을.
오직 둘이 함께 맞서야 했던 세상 속에서
맨주먹으로 지켜낸 그 새빨간 마음을.
삶과 죽음, 정상과 이상의 경계를 허무는 사랑.
처음 만난 순간부터 죽음 너머의 영원까지
반드시 서로여야 하는,
대체되지 않는,
내가 그의 우주이고 그가 나의 우주인,
‘함께 있지 않아도 함께’인, 그런 사랑.
그만큼의 사랑을 빼앗긴 사람에게
한계라거나 정도라거나 통념 같은 것이 존재할까.
위아래, 좌우, 앞뒤가 모두 뒤죽박죽 엉키고
길이 아닌 곳도 길인 듯 달려가게 될지도.
다시 함께할 수 있는 세상이 있다면
육체와 영혼이 산산조각난다 한들 망설임 없이 뛰어들지도.
그곳이 천국이든 또다른 생이든
인간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다른 차원의 무엇이든
구와 담이 영원히 함께였으면 좋겠다.
그들의 바람대로,
천만년 만만년 뒤 인류가 모두 사라진 뒤에도
최후의 인간으로 끝까지 살아남아
구와 담은 계속해서, 사랑하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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