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08/2025
열심히 읽는 동안,
다 읽고 뒷표지를 덮고나면,
글을 쓴 작가와 따끈한 밥을 먹고 싶은 책이 있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글을 쓰느라 애쓴 작가 님께,
그 글을 써낼만큼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온 작가 님께 김이 모락모락나는 밥을 대접해 드리고 싶다.
김효선 작가의 [오춘실의 사계절]을 읽고나선,
작가 님은 물론 어머니 오춘실 여사 님께도 밥을 대접해 드리고 싶다.
남해군 전통시장 안에 있는 복례국밥집에서
뜨끈뜨끈한 순대국밥을 함께 먹고 싶다.
(맑고 투명한 소주 1병이 있으면 더 좋겠지.)
투박한 뚝배기에 설설 끓여 내오는 국밥에 복례국밥집에서 농사지은 뽀얀 쌀밥.
갓 버무린 겉절이에 짭쪼름한 새우젓 두 점 얹고
된장 살짝 올린 양파 한 쪽까지.
두런두런 다정하게 함께 먹고 싶다.
밥 한 상 같이 잘 먹고 농어촌버스를 따고 남해산책서점이 있는 동천마을까지 끄떡끄떡 와서
헛 둘 헛 둘 준비체조하고
동천 내川에서 미역도 감고 싶다.
정이 폭 들은 [오춘실의 사계절]의 한 대목을 옮겨 적어 본다.
책 속으로 📖 112p~ 113p 중에서
나는 알코올에 의존했다. 적응장애라는 진단명을 받고 신경정신과 장기 환자가 됐다. 송사를 할 때는 술을 많이 마시고 잠을 안 자고 길에서 울고 다닌 대가를 몸이 치렀다. 기침이 멎지 않으면 영화 의 표류하는 크루즈의 승객들처럼 속에서부터 역류해 올라오는 토를 복도에 쏟아 내고 다녔다. 수영장 샤워장 문을 열면 뜨겁고 습해 자주 코피가 났다. 내 서운함은 즙이 되어 몸 밖으로 새어나왔다. 이럴 때면 '사람은 물이 맞구나' 싶었다. 휴지로 코를 막고 있는 내게 분홍모자 어머님이 인사를 건네 왔다. "코피 났어요!" 나는 천진하게 대꾸했다.
"엄마 모시고 사는 거 힘들죠."
분홍모자 어머님은 내 마음을 알았다. 직장에서 행정 업무를 하느라 늘 바빴다던 그분도 40대엔 점심은 김밥으로 대충 때우고 일하느라 코피가 자주 났다고 하셨다. 자기 몸을 방치하면 안에서 무너지는 거라고, 그래도 지금 코피 흘리면서 열심히 살면 언젠가 좋은 날 올 거라고 위로해 주셨다. "30대, 40대에 열심히 일해야 50대, 60대에 편히 쉴 수 있다"고. 엄마도 기숙사 청소할 때 자주 코피가 났었다고 거들었다.
분홍모자 어머님의 수경은 의 워보이들이 운전할 때 쓰는 안경처럼 크롬빛이었다. 철학자 같은 말을 남기고 어머님은 반대편 끝을 향해 느릿느릿 헤엄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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