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04/2025
박명미 작가님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결과보고 도록 디자인 및 제작.
지난가을, 박명미 작가님과 오랜만에 긴 통화를 나누었습니다. 작가님은 저에게 작업적으로도, 디자인 일을 함에어서도 특별한 의미를 가진 분입니다. 10년 전, 제 시작을 함께 해주셨고,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는 응원과 신뢰를 보내주셨지요.
잘 해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컸던지, 아직까지도 괜히 아쉬운 마음들이 남아있기도 합니다.
100쪽이 넘는 도록을 몇 달간 느린 호흡으로 작업하며,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을 주고받았을까요.
어떤 날은 지독하다며 투정 부리듯 화를 내기도 했지만, 그래도 마지막에는 “다음에도 작가님이 부탁하시면, 그 일 또 할 거예요. 지독하다고 말하면서도 결국은 할 거예요.”라고 말씀드리기도 했습니다. 작가님은 장기하 씨가 밀수 영화음악으로 청룡영화상에서 수상했을 때의 소감을 인용하며, “그 말이 딱 윤주 씨 말이네요.” 하고 웃으며 고맙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도록의 폰트 컬러는 블랙을 100%를 쓰지 않고 80% 정도로 조절해 보다 여린 인상으로 표현하려 했습니다.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미세한 차이라도, 내가 알고 있는 게 중요하지 생각하며, 그런 마음을 말로도 곧잘 내뱉었습니다.
저희의 작업은 대체로 그런 섬세한 조정의 연속이었습니다. 작가님의 집요함(?) 속에서 그래 집요함이 있어야 집요한 작업이 나오지 하며 많이 배우고 느꼈습니다. 저도 집요함에 있어서 명함 꽤 내밀만 하다고 생각했는데, 작가님 앞에서는 한참 귀여운 수준이더군요..
죽은 화가의 버려진 종이 판넬을 주워 그린 그림이라거나, 가장자리를 찢어 마무리한 그림의 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입체적으로 편집하는 것에 신경을 기울였습니다. 글을 앉힐 때도, 어느 하나 대충 쓱 지나가 버리는 것 없이 세심하게 작업했고요.
긴 기간의 작업이 때론 지치기도 했지만, 또 역시 즐거운 작업이었네요. 앞으로도 오래도록 작가님과 이런저런 작업을 도모하면 좋겠다 생각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