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1/2019
[시론] 일념통천(一念通天)의 마음으로
석정훈 회장ㅣ대한건축사협회
석정훈 회장
국토부·언론·건축 단체 소통으로 건축사·협회 알리기에 주력
회원 소통 바탕의 2019년 ‘실천의 해’, ‘결실의 해’ 이룰 것
첫째, 건축사 업무에 대한 합당한 평가와 정당한 대가를 받고 일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것.
둘째, 이러한 삶의 안정적 바탕 위에 건축사로서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것.
다시 한번 협회 운영의 목표와 정책의 방향을 되새기며, 새해 아침 신발 끈을 동여매본다.
어김없이 2018년 무술년의 해는 가고, 2019년 기해년의 태양이 떠올랐다.
지난해 회장에 취임하며 다짐했던 일들을 되돌아보며 선거운동 기간에 느꼈던 전국의 많은 회원들의 기대와 염원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갔는지, 후보로서 간절하고 절실한 마음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 시대가 요구하는 바람직한 리더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는지, 짚어보는 것으로 새해를 맞이하고자 한다.
회원과 공유하고 공개된 투명한 운영으로 무너진 원칙을 바로 세웠는가?
회원의 뜻을 담아낼 수 있는 치밀한 전략과 실행, 실천 가능한 정책으로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였는가? 협회와 회원 상호간은 물론이고, 국토부, 국회 등 관련 단체와의 막힌 소통을 시원하게 뚫었는가? 스스로 자문해 본다.
지난 9개월 동안 ‘오로지 회원’이라는 신념하에 회원과 협회는 물론이고, 협회와 국토부, 국회 그리고 언론계 및 우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건축단체 등과 보다 더 적극적이고 원활한 소통을 통하여 건축사와 협회를 올바르게 알리는데 주력하여 왔고 의미 있는 성과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9월 초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의 대통령 보고회에 건축계 대표로 참석하여 우리 건축사들의 현실적인 문제와 사회적인 역할에 대해 의견을 전달한 것이나, 중국 도시설계대회에서 조선건축가동맹 위원장과 상호 관심사를 의논하고 올해 개최되는 건축사대회에 초청하였던 일, 그리고 모처럼 건축계가 뜻을 모아 공공건축 설계공모 개선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일, 무엇보다도 우리 협회가 주도하여 국회에서 대국민 건축대토론회를 개최함으로써 우리 협회의 응집력과 실천역량, 그리고 건축사로서의 자질과 전문인의 소양을 알리고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협회 내부적으로는 원칙과 일관성을 가지고 정책을 실천하여 왔다. 임기 초 무산 위기에 있던 감리관련 개정법을 완료하여 오는 2월 15일 다시 시행하도록 한 것은 회장으로서 가장 보람된 일이었다. 이번 법개정을 통해 우리 회원이 하나 되어 노력한다면 무엇이든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는 값진 교훈도 얻게 되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이제 새로운 목표를 향해 힘을 모아야할 이때에 회원 간의 갈등과 단합을 해치는 건축사공제조합 정상화, 여성건축사회 문제 등이 우리의 발목을 잡고 아직도 진행 중에 있는 것이다.
이런 협회 내부의 현안을 바르게 해결하지 않고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이룬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언제까지 외면하겠는가? 언젠가는, 누군가는 바로 잡아야하고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확신한다.
한편, 외부적으로도 건축물 안전이라는 명분으로 우리의 업역에 대한 도전과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도 예외 없이 어린이집 붕괴사고, 고시원 화재 등 여러 안전사고가 있었다. 관계자들은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충분한 시간과 검토를 통해 제대로 된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을 세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성급하고 단편적인 방법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지진, 붕괴 등 안전사고의 해법이 구조의 보강이라는 고정관념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해법은 제도의 개선에 있음이 분명하다. 더욱이 모든 사고의 책임이 직·간접적으로 우리 건축사에게 있는 것처럼 매도되는 것 또한 안타까운 현실이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이런 일련의 일들이 끝이 아니라 시작일수도 있다는 점이다.
1920년대 미국여행보험사 관리자인 허버트하인리히는 7만5천여 건의 산업재해를 분석해서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1건의 치명적인 사건사고나 실패 뒤에는 29건의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작은 사건사고나 실패가 있었고, 300건의 관련된 이상징후가 있었다. 여기서 나온 1:29:300을 그의 이름을 따서 하인리히 법칙이라고 한다.
이 법칙이 시사하는 바는 첫째, 어떤 큰일이든 그 전에 작은 징후들이 계속 우리를 위협하고 있었고 둘째, 즉 작은 징후라도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사소한 사고가 그에 그치지 않고 연쇄반응을 일으켜 큰 사고를 야기하게 되므로 사소한 사고가 났을 때 이를 지나치지 말고 즉각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렇기에 2018년의 일련의 사건사고들이 하인리히법칙의 시작점인지 아니면 종착점인지의 판단은 오로지 이에 대한 우리의 시각과 자세에 달려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 일련의 사고들이 주는 하인리히의 교훈을 새겨 2019년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대책을 수립하고 정책을 입안하고 대처하여야 한다.
2019년, 새해에는 지난해 다져놓은 소통의 바탕 위에서, 하나씩 성과를 이루어내는 ‘실천의 해’, ‘결실의 해’가 되도록 하여야한다. 조직을 더욱 더 강화하고 실무적으로 변화시키고 생존권 보호와 업역 확대를 기반으로 불합리한 제도 개선 등을 통해 구체적 결과를 이끌어 내야만 한다.
첫째, 건축사의 사회적 역할과 공공성 강화를 완성하기 위한 ‘개업 건축사 협회 의무가입’ 추진. 둘째, 건축물의 안전을 확보하고 무분별한 건축행위를 개선하는 ‘리모델링 건축허가제 도입’ 추진. 셋째, 동네 건축문화의 개선을 통해 한국 건축문화 향상을 위한 ‘소규모건축물 건축사 현장관리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
목표란 현재의 관점에서 그 성취가 불가능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역설적으로 만약 목표가 지금 가능해 보인다면 그것은 목표라기보다는 차라리 실천과제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지금으로는 가능해보이지 않으나 이를 이루려는 노력과 염원으로 목적지에 다다르는 과정 그 자체가 바로 목표인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목표도 지혜롭고 합리적인 리더십이 없다면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어떤 것인가?
2002년 BBC의 여론조사에서 영국 국민은 처칠을 가장 위대한 영국인으로 선정하였다. 처칠은 종전 직후에도 그런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 치러진 총선에서 영국 국민은 처칠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처칠이 전후 복구에 가장 적합한 리더십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의미는 모든 시대와 사회를 관통하는 절대적 리더십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 시대, 그 때에 적합한 리더십은 따로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모든 리더십이 갖추어야 할 필수 덕목은 자신이 맡은 직책에 필요한 능력을 갖추고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지금 회원이 원하는 리더십은 명분과 원칙의 리더십, 신뢰의 리더십이라고 확신한다.
일념통천(一念通天).
한결같은 마음으로 열중하면 하늘도 감동하여 그 일을 이루게 한다는 흔들림 없는 자세와 다짐으로 정진해 나가야한다. 회원과 함께라면 못해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회원이 주인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주인으로서의 권리를 강조하는 본연의 모습으로 경쟁력 있는 협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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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정훈 약력 : 석정훈 회장은 56년 서울 출생으로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 동대학교 대학원에서 건축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한건축사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주)태건축설계 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서울특별시 광진구건축사회 회장 및 서울특별시건축사회 이사를 거쳐 2015년~2017년 서울특별시건축사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건축사협회 부회장을 지냈으며, 지난해에는 ‘UIA 2017 서울세계건축사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아 건축3단체 간 문제를 해결하며 UIA대회를 무사히 치러내기도 했다. 현재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소속 학교내진안전성TF 자문위원, 서울특별시 건축심의위원, 국토부 중앙건축위원회 위원을 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