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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은 사라졌다, 홍명보도 사라질 것인가선동열은 국정감사 뒤 야구의 중심에서 사라졌다. 이제 홍명보도 청문회와 수사 속에서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잘못은 따져야 한다. 그러나 감독의 실패와 선임 논란을 이유로 선수...
13/08/2026

선동열은 사라졌다, 홍명보도 사라질 것인가
선동열은 국정감사 뒤 야구의 중심에서 사라졌다. 이제 홍명보도 청문회와 수사 속에서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잘못은 따져야 한다. 그러나 감독의 실패와 선임 논란을 이유로 선수 시절의 영광과 생애까지 짓밟아도 되는가. 우리는 책임을 묻는 것인가, 또 한 사람을 지우는가.

이만재 기자 ㅣ 미디어원


선동열은 사라졌다. 2018년 대한민국 야구대표팀 감독이었던 그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도 국회 국정감사장에 끌려 나와 선수 선발의 적절성을 추궁당했다. 사과하든지 사퇴하라는 말이 국회의원의 입에서 나왔고, 아시안게임 우승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느냐는 조롱까지 뒤따랐다. 집에서 TV로 야구만 보는 것이 감독의 일이냐는 취지의 질책까지 나왔다. 선동열은 청탁은 없었으며 경기력만 보고 뽑았다고 항변했지만 한 달여 뒤 물러났다. 그 뒤로 그는 한국 야구의 중심에서 지워졌다. 기자채용 정보

그가 어떤 투수였는지는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한국 프로야구가 배출한 가장 위대한 투수였고, 타자들이 그의 등판 자체를 두려워하던 시대가 실제로 있었다. 그러나 국정감사장에서 그 역사는 아무 쓸모가 없었다. 마운드에서 쌓은 것은 마운드 밖에서 통하지 않았다.

8년이 흐른 지금, 같은 대본이 다시 상영되고 있다. 이번 주연은 홍명보다.

2026년 7월 30일 홍명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과 나란히 국회 청문회 증인석에 앉았다. 월드컵 실패, 감독 선임 과정, 협회 운영 전반이 도마에 올랐다. 국회로 끝나지 않았다. 경찰이 붙었고, 대한축구협회는 압수수색을 당했다.

따질 건 따져야 한다.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 감사는 홍명보 선임 과정에서 규정과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 권한 없는 인사가 후보 추천과 면접에 관여했다는 것, 절차 전반이 불공정하고 불투명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축구협회는 설명해야 하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 홍명보도 예외가 아니다. 감독으로 실패했다면 그 실패를 평가받고, 어떤 과정으로 그 자리에 앉았는지 설명하고, 수사에서 위법이 드러나면 그 책임을 져야 한다.

여기까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진짜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우리가 심판하는 게 정말 ‘감독 홍명보’뿐인가
홍명보라는 이름 앞에는 이미 너무 많은 딱지가 붙었다. 무능, 특혜, 의리, 축구협회, 정몽규, 청문회, 수사. ‘의리 축구’와 ‘특혜 감독’이라는 말은 지도자로서의 선택을 비판하는 표현을 넘어 어느 순간 홍명보라는 사람 전체를 설명하는 낙인처럼 소비되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열면 실패한 감독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한 인간에 대한 조리돌림이 넘실댄다.

그 풍경을 보고 있으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심판대에 오른 것은 대표팀 감독 홍명보인가, 홍명보라는 사람의 평생인가. 미디어컨설팅

1994년 미국 월드컵 독일전에서 중거리슛을 꽂아 넣은 선수도,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그라운드를 지킨 선수도, 스페인과의 8강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킥을 성공시키고 두 팔을 벌려 뛰어가던 사람도 전부 홍명보다. 대한민국 축구가 변방을 벗어나려 몸부림치던 그 긴 세월, 그는 그라운드 한복판에 있었다. 그 역사는 누가 거저 준 것이 아니라 그가 뛰어서 만든 것이다.

그런데 감독으로서의 실패와 선임 논란이 터지자, 선수 홍명보의 역사까지 함께 끌려나와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감독을 비판하는 데 2002년의 홍명보까지 끌어내려야 할 이유는 없다. 이상한 일이다. 오늘의 잘못을 벌하려고 어제의 영광까지 지워야 할 이유는 없다.

여기서 갈라야 할 지점이 있다. 정몽규와 홍명보를 같은 저울에 올리는 것은 틀렸다.

정몽규는 오랫동안 대한축구협회의 최종 결정권자였다. 행정 구조를 짜고, 사람을 앉히고, 조직을 굴린 권한을 실제로 쥐고 휘두른 사람이다. 권한이 컸으니 책임도 커야 한다. 협회 시스템이 무너졌다면 회장이 그 대가를 치르는 게 순서다.

홍명보는 그 권력의 정점에 있던 사람이 아니다. 그는 선수였고 지도자였고, 논란 많은 선임 과정 끝에 결국 그 자리를 받아들인 사람이다. 그 선택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한국 축구 행정 전체의 실패를 감독 한 명의 어깨에 얹기 시작하는 순간, 이건 다른 이야기가 된다. 시스템이 사람을 골라놓고, 시스템이 무너지자 골라놓은 사람 하나를 제단에 올리는 것은 책임 규명이 아니라 손 씻기다.

선동열 때 우리는 무엇을 얻었나
그래서 선동열이 다시 떠오른다. 그때도 명분은 있었다. 국가대표 선발은 공정해야 하고, 병역특례가 걸려 있었으니 관심이 뜨거운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그 국회 장면을 지금 다시 보면 남는 질문이 있다.

선동열을 국정감사장에 세워 모욕에 가까운 질책을 퍼붓고 결국 물러나게 만든 뒤, 대한민국 야구는 무엇이 달라졌는가. 선수 선발 시스템이 완벽해졌는가. 경쟁력이 높아졌는가. 국가대표 운영이 투명해졌는가.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바뀐 건 분노를 쏟아부을 표적 하나가 사라졌다는 사실뿐이다.

선동열은 그렇게 떠났다. 시간이 지나자 그를 국정감사장까지 불러 세운 게 옳았느냐는 뒤늦은 반성이 나왔지만, 이미 늦었다. 한 사람에게 남은 상처는 사회의 뒤늦은 반성으로 복구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는 고약한 버릇이 있다. 사람을 평가할 때 공과 과를 함께 볼 줄 모른다. 좋아하면 전부 미화하고, 싫어지면 전부 부정한다. 어제까지 영웅이었던 사람에게 문제가 생기면 그가 평생 이룬 것은 순식간에 없던 일이 되고, 한 번 악인이 되면 과거까지 소급해 악인이어야 직성이 풀린다.

정치에서도, 연예계에서도, 역사 논쟁에서도 수없이 본 이 장면이 스포츠라고 다를 리 없다. 언론이 달려들고 유튜브가 달려들고 SNS가 달려들고 정치가 달려든다. 저마다 검증한다고 말하지만, 그 화력이 한 사람에게 동시에 쏟아지는 순간 검증은 사라지고 공개 처형만 남는다.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드디어 책임을 물었다고 자축한다. 그리고 그 사람이 사라지면 다음 표적을 찾는다. 문제는 그대로인데 죽는 사람만 바뀐다.

홍명보가 사라지면 한국 축구는 좋아질까
아마 홍명보도 사라질 것이다. 청문회에 이어 선임 과정에 대한 경찰 수사까지 겹친 지금, 그가 다시 한국 축구의 중심으로 돌아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면 모두 행복해질까. 홍명보가 사라지면 대한축구협회 행정이 투명해지나. 감독 선임 시스템이 바뀌나. 유소년 축구가 좋아지나. K리그와 국가대표팀의 구조적 문제가 풀리나. 월드컵에서 더 잘하게 되나.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잘못한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사회는 건강하다. 그러나 분노를 풀 곳이 필요해서 사람 하나를 골라 생애 전체를 짓밟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 홍명보에게 책임이 있다면 딱 그만큼만 물으면 된다. 축구협회에 책임이 있다면 축구협회에, 정몽규에게 책임이 있다면 정몽규에게, 정치권이 책임질 몫이 있다면 정치권에도 물어야 한다. 그게 책임이다. 분노를 한 사람에게 몰아붓고 퇴장시키는 건 책임이 아니라 가장 값싼 대체재일 뿐이다.

한 가지는 잊지 말아야 한다. 대표팀 감독 홍명보가 어떤 평가를 받든, 2002년 6월의 홍명보까지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잘못한 오늘이 있다면 오늘을 비판하면 그만이다. 잘못한 오늘을 벌하겠다고 영광스러웠던 어제까지 짓밟을 필요는 없다.

선동열은 그렇게 사라졌다. 이제 홍명보도 사라질지 모른다. 사람 하나를 또 축구판 밖으로 밀어낸 뒤 우리는 잠시 후련할 것이다. 그때 한번 묻고 싶다.

선동열이 사라졌을 때 대한민국 야구는 더 행복해졌는가. 홍명보까지 사라지고 나면 대한민국 축구는 정말 더 행복해질 것인가. 그리고 그다음엔, 누구를 사라지게 할 것인가.

하영은 무엇을 사과해야 했나…친일의 기억, 가족의 침묵, 그리고 분노의 광기배우 하영이 증조부 안상호의 친일적 행적을 알지 못한 채 ‘4대째 의사 집안’을 자랑했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논란은 멈추지 않고 친일파 후손...
13/08/2026

하영은 무엇을 사과해야 했나…친일의 기억, 가족의 침묵, 그리고 분노의 광기

배우 하영이 증조부 안상호의 친일적 행적을 알지 못한 채 ‘4대째 의사 집안’을 자랑했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논란은 멈추지 않고 친일파 후손, 재산 환수 주장으로 번졌다. 가족 자랑은 전해지고 불편한 역사는 사라진 사회에서 후손은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 묻고 싶다.

By 더미디어원 -2026년 8월 13일

[역사를 다시 묻다]

이정찬 발행인 ㅣ 미디어원

배우 하영이 결국 사과했다. 증조부 안상호의 친일적 행적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방송에서 4대째 의사 집안이라는 가족사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한 것을 반성했고, “후손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했다.

그런데 이 사과문을 읽으면서 오히려 다른 질문이 생긴다.

“하영은 무엇을 사과해야 했던 것일까.”

증조부의 행동인가, 자신이 그것을 몰랐던 것인가, 아니면 집안의 좋은 역사만 알고 그것을 공적으로 자랑했던 것인가. 세 가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하영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말할 생각은 없다. 자신의 집안을 ‘4대째 의사 가문’이라고 소개하고 증조부가 고종을 진료했던 의사라는 사실까지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면, 자신이 꺼낸 가족사의 다른 면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고 있었어야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논란이 처음 제기됐을 때 충분한 확인 없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냈다가 이를 번복한 것은 분명 좋은 대응이 아니었다.

그러나 여기에서 더 흥미로운 문제는 따로 있다.

“왜 하영은 몰랐을까.”

4대째 의사라는 기억은 남았는데
안상호는 1872년에 태어난 근대 의료 엘리트였다. 고종을 진료했고, 일찍 서양의학을 받아들였으며, 그의 뒤를 이어 자손들이 의사의 길을 걸었다. 그것이 오늘날 하영에게까지 ‘4대째 의사 집안’이라는 가족의 기억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또 다른 기억은 거의 전해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안상호가 친일 성격의 대정친목회 평의원이었던 사실, 1918년 그의 가족이 식민지 언론에서 일선동화의 한 사례로 소개됐다는 사실이다. 그의 부인은 일본인이었고, 안상호 자신도 일본인 사회와 가까운 생활을 했으며 조선인 사회와 거리를 두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것을 가지고 곧바로 안상호라는 인간 전체를 ‘친일파’라고 규정할 수 있느냐는 문제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적어도 그의 일제강점기 삶에 친일적으로 평가할 만한 행적이 있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상하다. ‘고종을 진료한 근대 의사’라는 이야기는 100년 가까이 가족의 자부심으로 남았다. 반면 그 사람의 불편한 식민지기 행적은 증손녀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숨겼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좋은 기억은 살아남았고 불편한 기억은 사라졌다.

이번 논란에서 우리가 정말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것은 하영 집안만의 문제일까
사실 이런 일은 한국의 많은 집안에서 벌어진다. 우리는 자신의 조부가 일제강점기에 무엇을 했는지 잘 모른다. 증조부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더욱 모른다. 독립운동을 했는지, 관청에서 일했는지, 일본 기업과 거래했는지, 만주에 갔는지, 어떻게 재산을 모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족의 역사를 가르치는 문화 자체가 크게 약해졌고, 예전처럼 가문과 혈통이 개인의 삶을 결정하는 사회도 아니다. 그것은 나쁜 변화만은 아니다. 개인의 삶은 조상의 삶보다 중요해졌고, 사람을 집안으로 평가하지 않는 사회가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가족의 역사도 함께 잃어버렸다. 하영 역시 그렇게 자란 한 세대일 수 있다. 그래서 ‘몰랐다’는 그의 설명은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문제는 자신도 잘 몰랐던 가족사를 좋은 부분만 가지고 공적으로 자랑하면서 시작됐다.

그런데 사람들이 왜 이렇게까지 분노하는가
이 지점에서는 하영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감정 역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을 모두 무지한 대중의 광기라고 치부하면 이번 현상을 절반밖에 설명하지 못한다.

사람들의 눈에는 이런 장면으로 보일 수 있다. 친일적 행적이 있었던 한 사람이 있었고, 그 집안은 이후에도 사회적으로 성공했다. 자손들은 대를 이어 의사가 됐다. 그리고 100년 뒤 유명 배우가 된 증손녀가 방송에 나와 ‘4대째 의사 집안’을 자랑했다.

한국 사회에는 친일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오래된 기억이 있다. 독립운동을 하느라 집안이 몰락한 후손들의 이야기도 숱하게 들어왔다. 반대로 식민지 시대에 권력과 가까웠던 사람들이 해방 뒤에도 재산과 지위를 유지했다는 이야기도 익숙하다. 그러니 어떤 사람들에게 하영의 ‘4대째 의사 집안’ 이야기는 단순한 가족 자랑으로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친일했던 집안은 저렇게 잘살았는데 그것을 또 자랑하는가.”

이런 박탈감과 분노가 섞였을 가능성이 있다. 그 감정 자체를 이해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다만 여기에서 반드시 선을 그어야 한다.

분노와 사실은 다른 것이다
안상호 집안의 오늘날 재산이 안상호의 친일행위에서 형성됐다는 증거는 현재 제시되지 않았다. 4대째 의사라는 사실과 친일의 대가로 부가 세습됐다는 것은 전혀 다른 명제다. 그 사이에는 증거가 필요하다.

그런데 논란은 이미 그 선을 넘어가기 시작했다. 한 방송에서는 안상호 집안의 재산이 앞으로 친일재산 환수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까지 거론했고, 연예매체들은 이를 받아 ‘하영 집안 재산 환수 가능성’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친일적 행적 논란에서 시작된 사건이 며칠 만에 후손의 현재 재산 문제까지 도달한 것이다.

친일적 행적 → 친일파 → 친일파 후손 → 증손녀 사죄 → 집안 재산

너무 빠르다. 역사는 이렇게 뛰어가서는 안 된다. 분노에는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유 있는 분노라고 해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까지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영이 사과할 것은 따로 있다
하영이 자신의 가족사를 잘 몰랐다는 사실 자체가 죄는 아니다. 증조부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도 하영이 선택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증조부의 친일적 행위 그 자체를 증손녀가 대신 사죄해야 할 이유도 없다.

그렇다면 하영에게 남는 책임은 훨씬 제한적이다. 자신도 제대로 알지 못한 가족사를 좋은 부분만 가지고 공적으로 자랑했다는 것, 그리고 논란이 제기된 뒤 충분히 확인하기 전에 ‘사실무근’이라고 대응했다는 것. 그 정도다.

오히려 이번 일을 계기로 자신의 가족사를 제대로 알아보고 불편한 부분까지 받아들이겠다고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증조부의 죄를 대신 짊어질 필요까지는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 역시 돌아볼 것이 있다
이번 사건은 한 배우의 가족사보다 훨씬 큰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아직 친일 문제를 제대로 끝내지 못했다. 그래서 작은 단서 하나만 나타나도 80년 동안 쌓여 있던 분노가 한꺼번에 터져 나온다.

그 분노의 배경에는 해방 후의 친일 청산 실패와 부와 지위의 세습에 대한 불공정 의식이 있다. 그것은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이해하는 것과 동조하는 것은 다르다.

한 사람의 친일적 행적을 검증하는 일과 그의 증손녀를 공격하는 것은 다르다. 과거의 재산 형성 과정을 조사하는 것과 현재 후손이 가진 재산을 먼저 의심하는 것도 다르다. 역사적 정의를 요구하는 것과 집단적 응징을 원하는 것 역시 다르다.

“이 선이 무너지면 역사는 정의의 도구가 아니라 분노의 도구가 된다.”

기억해야 하지만 상속해서는 안 된다
어쩌면 하영 논란이 우리에게 던진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조상의 역사를 후손에게 얼마나 가르쳐야 하는가. 좋은 일만 가족의 자랑으로 전할 것이 아니라 부끄러운 일도 함께 알려줘야 하는 것은 아닐까.

독립운동을 했다면 그것을 기억하고, 친일적 행동을 했다면 그 역시 숨기지 않고 기억하는 것, 그것이 가족이 역사와 만나는 가장 건강한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기억하는 것과 책임을 상속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역사는 물려줄 수 있어도 죄는 물려줄 수 없다.

안상호의 친일적 행적은 안상호의 역사다. 그 역사를 알지 못한 채 가족의 좋은 부분만 이야기했던 것은 하영이 돌아볼 일이다. 그러나 그 이상의 죄까지 하영에게 요구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다시 혈통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로 돌아간다.

사람들의 분노에는 이유가 있지만, 그 분노가 모든 것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이해할 수 있는 분노와 위험한 광기는 바로 그 지점에서 갈린다.”

미디어원

기사 원문 보기: https://media1.or.kr/2026/08/hayoung-ansangho-pro-japanese-family-history-descendant-responsibility/

이란 상공의 ‘사선(死線)’… 미군 기체 피격과 잔존 방공망의 함수관계=이란 상공 F-15E 스트라이크 이글 저공 비행 및 이란 보병 휴대용 대공 미사일 매복 공격 상황미군의 대규모 공습 작전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
04/04/2026

이란 상공의 ‘사선(死線)’… 미군 기체 피격과 잔존 방공망의 함수관계

=이란 상공 F-15E 스트라이크 이글 저공 비행 및 이란 보병 휴대용 대공 미사일 매복 공격 상황

미군의 대규모 공습 작전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란 상공에서 미군의 F-15E 스트라이크 이글과 A-10 선더볼트 II가 잇따라 피격된 사건은 현대전의 전술적 패러다임에 중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미군의 압도적 화력 앞에 이란의 통합 방공망(IADS)이 상당 부분 무력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이번 피해는, ‘잔존 레이더망의 기습 가동’ 혹은 **‘보병의 비대칭 화기’**라는 두 가지 위협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며 향후 작전 양상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 ‘스텔스’의 맹점과 레이더 사각지대의 복병
첨단 스텔스 기술은 레이더 전파를 흡수하거나 산란시키는 기술일 뿐, 물리적 존재 자체를 지우는 ‘투명화’가 아니다.

F-15E와 같은 고성능 기체들도 특정 고도 이하로 내려오거나 조종사 구조 작전(CSAR)을 위해 저속 비행을 할 때, 지상 보병의 육안과 적외선 탐지기에는 선명한 타격 목표로 포착될 수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미군의 레이더 경보 수신기(RWR)가 감지하기 어려운 ‘수동 탐지(IRST)’ 방식과 더불어, 파괴를 면한 일부 방공 레이더망을 간헐적으로 가동하며 미군 기체의 경로를 매복 타격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미군의 압도적인 제공권 장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란 내륙 깊숙한 곳에는 치명적인 ‘대공 복병’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 이란 보병의 ‘비대칭 화기’와 잔존 대공망의 실체
미군 기체를 위협하는 핵심 변수는 크게 두 갈래로 분석된다. 첫 번째는 전역 곳곳에 숨어든 보병들이 운용하는 **휴대용 대공 미사일(MANPADS)**이며, 두 번째는 미군의 정밀 타격망을 피해 생존한 이동식 대공포 및 단거리 미사일 시스템이다.

미사크(Misagh) 시리즈와 MANPADS의 위협: 이란이 국산화한 미사크-2/3는 레이더를 가동하지 않고 기체의 엔진 열만을 추적한다. 산악 지형이나 도심 건물 옥상에 매복한 보병이 육안으로 기체를 식별하고 발사할 경우, 미군의 조기 경보 시스템을 우회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잔존 레이더 및 이동식 방공망: 이란이 보유한 러시아제 Tor-M1이나 Bavar-373 같은 이동식 시스템 중 일부가 침묵을 유지하다 결정적인 순간에만 레이더를 가동해 기습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이란의 방공망이 완전히 궤멸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 탐색구조(CSAR)의 딜레마: 조종사를 미끼로 한 ‘대공 매복’
이번 사태의 긴박함이 극도로 높아진 지점은 ‘구조 작전 중 발생한 추가 피해’다. 미군은 조종사 구조를 위해 HH-60G 페이브 호크 헬기와 이를 엄호하는 A-10을 투입하고 있다.

이란군은 바로 이 지점을 노려, 격추된 지점 인근에 잔존 방공 전력과 보병 미사일팀을 집중 배치하는 ‘대공 매복(Anti-Air Ambush)’ 전술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저고도로 진입해야 하는 구조 전력은 필연적으로 지상의 육안 식별 사거리 안으로 들어와야 하며, 이때 잔존하는 재래식 대공포와 휴대용 미사일의 융단사격에 노출될 위험이 극대화된다.

■ “생포 시 6만 달러” 현상금과 ‘휴먼 인텔리전스’의 결합
이란 정부가 미군 조종사 제보에 내건 6만 달러(약 8,000만 원)의 현상금은 파괴된 방공 정보망을 대신해 전국민을 ‘인간 레이더’로 활용하려는 고도의 전략이다.

수만 명의 민간인과 보병의 ‘눈’이 결합된 실시간 제보망은 위성 정보에 의존하는 미군에게 예상치 못한 **‘휴먼 인텔리전스(HUMINT)’**의 장벽을 선사하며 구조 작전의 난항을 초래하고 있다.

■ 현대전의 역설, 다시 주목받는 ‘지상의 위협’
미군 기체 피격이 현재 진행 중인 공습 작전의 판도를 즉각적으로 바꾸지는 않겠으나, 지상에 잔존하는 방공망 조각들과 보병의 비대칭 위협은 미군의 작전 속도를 늦추고 심리적 위축을 불러올 수 있는 변수다.

미디어원은 특히 실종된 조종사를 구출하기 위한 미군의 추가 작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와, 이란의 잔존 전력이 현대전의 전술에 가하는 실질적인 하중에 주목하고 있다.

과장된 공포를 경계하되, 전장의 실체적 변화와 기술적 변수를 끝까지 추적하여 보도할 예정이다.

사진) 이란 산악 지대에서 저공 비행 중인 미군 F-15E와 이를 노리는 보병의 휴대용 대공 미사일(MANPADS). (미디어원/AI생성 이미지)

사진) 이란 미사크2 이글라-S 스트렐라-3 휴대용 대공 미사일 제원 및 비대칭 화기 분석 인포그래픽(미디어원/AI생성 이미지)

《전쟁의 행간 ①》수단 이슬람 지휘관과 극단주의 정치세력의 “이란 돕겠다” 발언… 현실성 없는 정치 선동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단에서 “이란을 위해 싸우겠다”는 발언이 등장해 온라인에서...
06/03/2026

《전쟁의 행간 ①》
수단 이슬람 지휘관과 극단주의 정치세력의 “이란 돕겠다” 발언… 현실성 없는 정치 선동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단에서 “이란을 위해 싸우겠다”는 발언이 등장해 온라인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이는 수단 국가나 군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 이슬람 정치세력과 연계된 인사의 개인 발언으로 드러났다.

최근 SNS와 일부 중동 매체를 통해 확산된 영상에는 수단의 이슬람 성향 인물로 알려진 한 지휘관이 등장한다. 그는 연설에서 “미국과 시온주의 세력이 이란에 지상군을 보내면 우리는 형제들과 함께 싸우기 위해 여단과 자원병을 보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곧바로 온라인에서 퍼지며 “수단이 이란을 돕기 위해 병력을 보낼 것”이라는 해석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훨씬 다르다.

해당 인물은 수단 정부나 군 지도부를 대표하는 인사가 아니며, 국가 차원의 군사 계획과도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단은 현재 해외 군사 개입을 논의할 여건조차 없는 상황이다.
2023년부터 이어진 내전으로 수단은 사실상 국가 기능이 붕괴된 상태에 가깝다. 정부군(SAF)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 사이의 전쟁이 계속되면서 수도 하르툼을 포함한 주요 도시들이 큰 피해를 입었고, 국제기구에 따르면 천만 명이 넘는 난민과 피난민이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단이 해외 전쟁에 병력을 보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이런 발언이 등장한 배경에는 수단 내부의 이슬람 정치세력과 중동 정치의 복잡한 관계가 자리하고 있다. 수단은 과거 오마르 알바시르 정권 시절부터 이란과 일정한 군사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일부 이슬람 정치세력은 지금도 이란과의 이념적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중동에서 전쟁이 발생할 때마다 일부 이슬람 단체나 민병대 인사들이 “형제 국가를 돕겠다”는 발언을 내놓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런 선언이 실제 군사 행동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현대전은 단순한 병력 동원으로 치러지는 전쟁이 아니기 때문이다. 장거리 미사일, 드론, 정밀 타격, 정보·감시 체계가 중심이 되는 전쟁에서 민병대나 자원병의 역할은 극히 제한적이다.

결국 이번 발언 역시 군사 계획이라기보다 정치적 메시지와 상징적 연대 선언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쟁이 격화될수록 이런 발언은 늘어난다.

그러나 국제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실제 군사력과 전략이다.

내전으로 국가가 붕괴 위기에 놓인 수단에서 나온 “이란 지원” 발언은 현실적인 군사 움직임이라기보다 중동 전쟁을 둘러싼 정치적 선동의 한 장면일 가능성이 크다.

전쟁의 현장에서는 언제나 많은 말이 쏟아진다.

하지만 그 말이 실제 전쟁의 흐름을 바꾸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래서 전쟁을 이해하려면 선언이 아니라 그 뒤에 숨은 현실을 읽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전쟁의 행간이다.

이한우

현대전쟁의 게임체인저 드론… 한국은 전략산업으로 키워야 한다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최근 중동에서 이어지는 군사 충돌은 현대전의 양상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전차와 전투기가 전장을 지배하던...
05/03/2026

현대전쟁의 게임체인저 드론… 한국은 전략산업으로 키워야 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최근 중동에서 이어지는 군사 충돌은 현대전의 양상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전차와 전투기가 전장을 지배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드론이 전쟁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드론 전쟁’이라 불린다. 값비싼 전차와 장갑차가 고가의 미사일이 아니라 소형 자폭 드론에 의해 파괴되는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정찰과 감시, 포병 유도, 공격까지 드론이 담당하면서 전장의 구조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중동에서도 드론과 미사일을 결합한 비대칭 전력이 등장하면서 드론은 현대전의 핵심 무기 체계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에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드론 산업을 단순한 민간 취미 시장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한국의 현실을 보면 레저 드론 시장이 자연스럽게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다.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특수한 안보 환경 때문에 전국 곳곳에 군사 기지와 비행 제한 공역이 존재한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상당 지역 역시 군사 공역에 포함된다.
해변 대부분은 항공로와 공항 접근 공역 때문에 비행 제한이 많다. 설악산과 지리산, 한라산 등 주요 산지는 대부분 국립공원 지역이라 드론 비행이 사실상 금지되어 있다.
대도시는 군사 공역과 항공 통제 구역이 겹쳐 드론 비행이 어려운 곳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군부대 인근, 발전소와 원전, 정부 청사, 항만과 공항 주변 등 주요 시설 인근 역시 대부분 제한 구역이다.

결국 한국에서 드론을 자유롭게 날릴 수 있는 장소는 매우 제한적이다. 비행 승인과 촬영 허가 등 절차도 간단하지 않다. 이런 환경에서는 레저 중심의 드론 시장이 크게 성장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뉴질랜드에서는 AirShare 앱을 통해 비행 가능 공역을 확인하고 기본 규정만 지키면 대부분의 지역에서 드론을 운용할 수 있다. 공역 관리가 체계화되어 있어 사용자 입장에서 비교적 명확하다.

따라서 한국의 드론 산업은 접근 방식부터 달라야 한다. 레저 시장이 아니라 군사·산업·재난 대응 등 국가 전략 산업 중심으로 육성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향이다.

물론 한국이 드론 산업을 전혀 준비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과 대한항공 등 일부 기업들이 군용 무인기 개발과 생산에 참여하며 일정한 기술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세계 군사 환경의 변화를 보면 개별 기업 중심의 개발만으로는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드론은 이제 단순한 항공 장비가 아니라 전장의 구조를 바꾸는 전략 무기 체계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점에서 드론 산업 역시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K2 전차나 K9 자주포처럼 국가 차원의 전략 무기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K2 전차와 K9 자주포가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의 장기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체계적인 산업 육성 정책이 있었다. 드론 역시 민간 기업의 기술 개발에만 맡겨 둘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 지원과 산업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이 보여준 것은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다.
드론이 미래 전쟁의 판도를 바꾸는 핵심 기술이라는 사실이다.

한국 역시 드론 산업을 기업 주도의 민간에 맡겨 둘 것이 아니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적극 육성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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