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5/2025
10년 전 만해도, 저는 많은 이들에게 로스팅에 관한 질문을 던지곤 했습니다. 예를 들면, "로스팅을 설계하거나 디벨롭할 때 어떤 가설을 바탕으로 접근하시나요?" 같은 질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건 "그걸 왜 제가 알려드려야 하죠?"와 같은 차가운 반응이거나, 때로는 질문 자체를 무시하는 태도였습니다.
저는 그런 반응이 종종 상대가 자신보다 지식이 부족하다고 단정 짓는 우월감에서 비롯된 것이라 느꼈습니다. 제가 원했던 건 지식을 빼앗는 일방적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체계와 가설을 나누는 대등한 대화였습니다. 제가 그걸 몰라서 질문했던 것은 아니거든요.
그런 경험이 반복되며, 저는 한국 커피 로스팅 업계에 건설적인 토론 문화가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저 역시 로스팅에 대해 남들에게 깊이 묻지 않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해합니다. 로스팅이 생계와 직결된 기술인 만큼, "쉽게 공짜로 넘겨줄 수 없다"는 태도를 가진 이들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때 제 질문을 차단했던 사람들이 과연 충분히 탄탄한 체계를 갖고 있었는지, 지금 시점에서 다시 한번 되묻게 됩니다.
저는 여전히 저와는 다른 이론과 납득할 만한 체계를 가진 사람들과 만나고 싶습니다. 그들과의 건설적인 충돌 속에서 새로운 통찰과 지식이 생겨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론을 위한 이론이 아니라, 실제 로스팅 현장에 적용 가능한 실용성과 함께 논의하고, 실험하고, 공유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 언젠가 그런 문화가 한국의 커피 산업 전반에도 자연스럽게 자리 잡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로스팅베이직스 #커피익스플로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