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7/2026
✒️호메로스를 읽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다
— 이준석 교수의 연구와 번역으로 만나는 『오뒷세이아』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는 이미 여러 출판사에서 번역되어 있는 작품입니다. 그렇다면 또 다른 번역이 왜 필요할까요? 아카넷은 왜 이 오래된 고전을 다시 번역했을까요?
언어는 시대에 따라 변화합니다. 사람들의 생각도, 말하고 읽고 쓰는 방식 역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연구가 축적되면서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끊임없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고전은 시대가 바뀔 때마다 다시 번역됩니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번역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아카넷의 『오뒷세이아』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호메로스의 시를 오늘날의 한국어로 옮기다
오늘날 독자들에게 독서는 기본적으로 ‘묵독’입니다. 조용히 자리에 앉아 눈으로 활자를 따라가며 읽는 것이 일반적인 독서 방식입니다. 그러나 2,700년 전의 『오뒷세이아』는 본래 사람들 앞에서 낭송되던 장편 서사시였습니다. 청중은 호메로스의 노래를 들으며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따라갔고, 반복되는 표현과 운율, 문장의 호흡 속에서 이야기를 경험했습니다.
그렇다면 본래 귀로 듣던 이 시를 오늘날의 한국어로는 어떻게 옮겨야 할까요? 원문의 의미를 그대로 담기 위해 직역하면 낯설고 읽기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읽기 쉽다는 이유로 모든 표현을 현대적으로 바꾸면 작품이 지닌 고유한 리듬과 개성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2,700년 전의 서사시를 번역할 때에는 원문의 반복과 운율, 시적 이미지를 우리말에서 어떻게 되살릴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아카넷의 『오뒷세이아』는 호메로스의 시를 들었던 옛 청중들이 느꼈을 리듬과 생동감을 오늘의 독자에게도 전하고자 했습니다. 원문의 어순과 반복되는 표현, 시적 은유와 문장의 호흡을 우리말에서 최대한 살리는 방향을 택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ἔπεα πτερόεντα(winged words)’, 곧 ‘날개 돋친 말’이라는 표현입니다. 등장인물이 입을 열 때마다 되풀이되는 이 말은 호메로스의 구술 서사시 문체를 이루는 중요한 정형구입니다. 물론 현대 번역에서는 이러한 반복을 줄이거나 문맥에 따라 “거침없이 말했다”, “대답했다”, “이르기를”처럼 자연스럽게 풀어쓰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렇게 하면 뜻을 전달하는 데에는 충분하지만, 원문이 반복을 통해 만들어내는 리듬과 시적 이미지는 그만큼 희미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카넷의 『오뒷세이아』에서는 이 표현을 “날개 돋친 말을 건네었다”로 옮겼습니다. 원문에서 반복되는 느낌을 그대로 살려, 독자가 호메로스 특유의 시적 언어와 문학적 효과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와 함께 원문의 행 구성도 가능한 한 유지했습니다. 덕분에 한국의 독자들은 해외 주석서나 연구서에 인용된 행 번호를 거의 그대로 따라가며 『오뒷세이아』를 읽을 수 있습니다. 원문의 의미와 더불어 반복과 리듬, 행의 배열까지 함께 옮김으로써, 2026년을 살아가는 한국의 독자들이 2,700년 전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읽는 경험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연구가 번역을 만날 때, 고전은 새롭게 읽힌다
“호메로스를 전문적으로 연구해 온 고전문헌학자 이준석에게 호메로스의 어법을 되도록 정확히 전달하는 것은 작품 번역의 양보할 수 없는 기본이다.”
— 이태수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고대 그리스어를 읽을 수 있다고 해서 누구나 호메로스를 번역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오뒷세이아』는 2,700년 전 구술 서사시가 지닌 문학적 특성과 역사적 맥락까지 함께 이해해야 하는 작품입니다. 반복되는 정형구와 시적 운율, 행의 구성, 그리고 당시의 문화와 종교, 신화적 세계관까지 모두 번역의 대상이 됩니다. 따라서 호메로스 번역에는 언어적인 능력과 더불어 고전문헌학과 호메로스 연구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아카넷의 『오뒷세이아』는 서울대학교에서 고전문학을 공부하고, 스위스 바젤대학교에서 호메로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준석 교수가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고대 그리스어 원전을 직접 번역했습니다.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를 함께 번역하며 일관된 번역 원칙을 세운 이준석 교수는 오랫동안 호메로스를 연구해 온 고전문헌학자이기도 합니다.
오랜 시간에 걸친 호메로스 연구가 한 권의 번역으로 이어졌습니다. 아카넷의 『오뒷세이아』는 호메로스를 연구해 온 이준석 교수의 학문적 성과와 번역의 경험으로 새롭게 탄생한 고전입니다. 새 시대에는 새 번역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위대한 고전은 시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언어와 새로운 독자를 만납니다. 이준석 교수의 번역으로 만나는 아카넷의 『오뒷세이아』가 오늘의 한국 독자들에게 호메로스를 가장 충실하고도 생생하게 만나는 새로운 길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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