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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를 읽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다— 이준석 교수의 연구와 번역으로 만나는 『오뒷세이아』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는 이미 여러 출판사에서 번역되어 있는 작품입니다. 그렇다면 또 다른 번역이 왜 필요할까요? 아카...
30/07/2026

✒️호메로스를 읽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다
— 이준석 교수의 연구와 번역으로 만나는 『오뒷세이아』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는 이미 여러 출판사에서 번역되어 있는 작품입니다. 그렇다면 또 다른 번역이 왜 필요할까요? 아카넷은 왜 이 오래된 고전을 다시 번역했을까요?

언어는 시대에 따라 변화합니다. 사람들의 생각도, 말하고 읽고 쓰는 방식 역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연구가 축적되면서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끊임없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고전은 시대가 바뀔 때마다 다시 번역됩니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번역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아카넷의 『오뒷세이아』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호메로스의 시를 오늘날의 한국어로 옮기다

오늘날 독자들에게 독서는 기본적으로 ‘묵독’입니다. 조용히 자리에 앉아 눈으로 활자를 따라가며 읽는 것이 일반적인 독서 방식입니다. 그러나 2,700년 전의 『오뒷세이아』는 본래 사람들 앞에서 낭송되던 장편 서사시였습니다. 청중은 호메로스의 노래를 들으며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따라갔고, 반복되는 표현과 운율, 문장의 호흡 속에서 이야기를 경험했습니다.

그렇다면 본래 귀로 듣던 이 시를 오늘날의 한국어로는 어떻게 옮겨야 할까요? 원문의 의미를 그대로 담기 위해 직역하면 낯설고 읽기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읽기 쉽다는 이유로 모든 표현을 현대적으로 바꾸면 작품이 지닌 고유한 리듬과 개성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2,700년 전의 서사시를 번역할 때에는 원문의 반복과 운율, 시적 이미지를 우리말에서 어떻게 되살릴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아카넷의 『오뒷세이아』는 호메로스의 시를 들었던 옛 청중들이 느꼈을 리듬과 생동감을 오늘의 독자에게도 전하고자 했습니다. 원문의 어순과 반복되는 표현, 시적 은유와 문장의 호흡을 우리말에서 최대한 살리는 방향을 택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ἔπεα πτερόεντα(winged words)’, 곧 ‘날개 돋친 말’이라는 표현입니다. 등장인물이 입을 열 때마다 되풀이되는 이 말은 호메로스의 구술 서사시 문체를 이루는 중요한 정형구입니다. 물론 현대 번역에서는 이러한 반복을 줄이거나 문맥에 따라 “거침없이 말했다”, “대답했다”, “이르기를”처럼 자연스럽게 풀어쓰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렇게 하면 뜻을 전달하는 데에는 충분하지만, 원문이 반복을 통해 만들어내는 리듬과 시적 이미지는 그만큼 희미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카넷의 『오뒷세이아』에서는 이 표현을 “날개 돋친 말을 건네었다”로 옮겼습니다. 원문에서 반복되는 느낌을 그대로 살려, 독자가 호메로스 특유의 시적 언어와 문학적 효과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와 함께 원문의 행 구성도 가능한 한 유지했습니다. 덕분에 한국의 독자들은 해외 주석서나 연구서에 인용된 행 번호를 거의 그대로 따라가며 『오뒷세이아』를 읽을 수 있습니다. 원문의 의미와 더불어 반복과 리듬, 행의 배열까지 함께 옮김으로써, 2026년을 살아가는 한국의 독자들이 2,700년 전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읽는 경험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연구가 번역을 만날 때, 고전은 새롭게 읽힌다

“호메로스를 전문적으로 연구해 온 고전문헌학자 이준석에게 호메로스의 어법을 되도록 정확히 전달하는 것은 작품 번역의 양보할 수 없는 기본이다.”
— 이태수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고대 그리스어를 읽을 수 있다고 해서 누구나 호메로스를 번역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오뒷세이아』는 2,700년 전 구술 서사시가 지닌 문학적 특성과 역사적 맥락까지 함께 이해해야 하는 작품입니다. 반복되는 정형구와 시적 운율, 행의 구성, 그리고 당시의 문화와 종교, 신화적 세계관까지 모두 번역의 대상이 됩니다. 따라서 호메로스 번역에는 언어적인 능력과 더불어 고전문헌학과 호메로스 연구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아카넷의 『오뒷세이아』는 서울대학교에서 고전문학을 공부하고, 스위스 바젤대학교에서 호메로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준석 교수가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고대 그리스어 원전을 직접 번역했습니다.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를 함께 번역하며 일관된 번역 원칙을 세운 이준석 교수는 오랫동안 호메로스를 연구해 온 고전문헌학자이기도 합니다.

오랜 시간에 걸친 호메로스 연구가 한 권의 번역으로 이어졌습니다. 아카넷의 『오뒷세이아』는 호메로스를 연구해 온 이준석 교수의 학문적 성과와 번역의 경험으로 새롭게 탄생한 고전입니다. 새 시대에는 새 번역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위대한 고전은 시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언어와 새로운 독자를 만납니다. 이준석 교수의 번역으로 만나는 아카넷의 『오뒷세이아』가 오늘의 한국 독자들에게 호메로스를 가장 충실하고도 생생하게 만나는 새로운 길이 되기를 바랍니다.

#오뒷세이아 #호메로스 #이준석 #아카넷 #고전

📜플라톤 이후의 플라톤을 읽다, 『고대의 플라톤주의자들 2』“유럽 철학 전통을 가장 무난하게 일반화하여 규정한다면, 그것은 플라톤에 대한 일련의 각주라고 할 수 있다.”—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 『과정과 실재』중...
27/07/2026

📜플라톤 이후의 플라톤을 읽다, 『고대의 플라톤주의자들 2』

“유럽 철학 전통을 가장 무난하게 일반화하여 규정한다면, 그것은 플라톤에 대한 일련의 각주라고 할 수 있다.”
—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 『과정과 실재』중에서

플라톤의 철학은 서양 사상사 전체에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러나 정작 플라톤 이후의 철학자들이 그의 대화편을 어떻게 읽고, 어떤 문제를 두고 논쟁했는지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티마이오스』의 우주 제작 이야기는 철학적 비유일까요, 실제로 일어난 사건에 관한 설명일까요? 플라톤은 다른 후대 철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해석해야 할까요, 아니면 플라톤의 대화편만으로 이해해야 할까요?

정암고전총서 『고대의 플라톤주의자들 2』는 이러한 질문을 둘러싼 고대 철학자들의 숙고와 논쟁을 원전으로 만나는 책입니다. 『영웅전』의 저자로 잘 알려진 플루타르코스의 『플라톤 철학의 물음들』과 중기 플라톤주의자 앗티코스의 단편 마흔다섯 편을 함께 엮었습니다.

🙋『영웅전』의 저자 플루타르코스, 플라톤에게 질문을 던지다

플루타르코스는 뛰어난 전기 작가이면서 플라톤의 대화편을 엄밀하게 읽고 해석한 철학자이기도 했습니다.『플라톤 철학의 물음들』에서 그는 플라톤의 문장을 읽으며 제기될 수 있는 열 가지 질문을 던지고 답을 모색합니다. 이 질문들에는 플라톤은 왜 최고신을 만물의 ‘아버지’이자 ‘제작자’라고 불렀는지, 또 『테아이테토스』에서 소크라테스는 왜 자신을 다른 사람의 생각이 태어나도록 돕는 산파에 비유했는지 등이 포함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질문들 가운데 상당수가 『티마이오스』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 기록은 당시 철학자들의 대화를 옮긴 것일 수도 있고, 더 본격적인 연구를 위해 남겨 놓은 메모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사실은 어느 쪽이든 플라톤의 대화편이 이미 당시에도 완결된 글이 아니라, 끊임없이 질문하고 해석해야 할 살아 있는 텍스트였음을 보여 줍니다.

🔎앗티코스, 플라톤을 플라톤으로 해석하다

플루타르코스보다 약 50년 뒤에 활동한 앗티코스는 당시 유행하던 절충적 플라톤 해석에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그는 플라톤의 철학을 아리스토텔레스의 개념으로 해석하려는 철학자들을 비판하며, 플라톤의 사상은 무엇보다 플라톤 자신의 대화편에 근거해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티마이오스』의 우주 제작 이야기를 해석하는 방식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많은 철학자는 데미우르고스가 무질서한 것에 질서를 부여해 우주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철학적 비유로 이해했습니다. 그러나 플루타르코스와 앗티코스는 플라톤의 설명을 가능한 한 문자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렇다면 생겨난 것은 언젠가 소멸해야 한다는 철학적 통념과, 우주는 영원하다는 주장을 어떻게 함께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앗티코스는 우주는 생겨난 존재이지만 데미우르고스의 의지와 섭리로 인해 소멸하지는 않는다고 답합니다. 그는 기존의 통념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음에도, 플라톤을 문자 그대로 해석함으로써, 세계가 신의 선한 구상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관점을 유지하고자 했습니다.

💬후대의 논쟁 속에서 다시 읽는 플라톤

그런데 앗티코스의 저술은 오늘날 온전한 형태로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의 사상은 후대의 철학자와 신학자들이 자신의 저술에 인용하거나 요약해 놓은 단편을 통해서만 전해집니다.

『고대의 플라톤주의자들 2』는 여러 문헌에 흩어진 앗티코스의 단편 마흔다섯 편을 우리말로 옮기고, 각 단편이 어떤 저술에서 어떤 논쟁의 맥락으로 인용되었는지도 함께 설명합니다. 이 책에선 단편을 통해 누가 어떤 주장을 지지하거나 비판하기 위해 앗티코스를 불러냈는지까지 살펴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플라톤의 죽음 이후 그의 철학은 하나의 고정된 교리로 남지 않았습니다. 후대의 철학자들은 같은 대화편을 읽고도 서로 다른 질문과 해석을 내놓았고, 그 과정에서 플라톤주의는 하나의 살아 있는 철학 전통으로 발전했습니다. 이 책은 옛 사람들이 플라톤을 어떻게 읽고 논쟁했는지를 상세히 보여 줍니다. 플라톤의 대화편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독자, 그리고 플라톤 철학이 후대에 전개된 과정을 원전으로 만나고 싶은 독자에게 권해 드립니다.

#고대의플라톤주의자들2 #플루타르코스 #앗티코스 #김유석 #정암고전총서 #정암학당 #아카넷

🏥[신간 안내] 임신과 출산으로 읽는 한국모자보건의 역사임신과 출산은 흔히 한 사람의 몸과 가족 안에서 이루어지는 사적인 경험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누가 출산을 돕는지, 어디에서 아이를 낳는지, 산모와 신생아의 건...
23/07/2026

🏥[신간 안내] 임신과 출산으로 읽는 한국모자보건의 역사

임신과 출산은 흔히 한 사람의 몸과 가족 안에서 이루어지는 사적인 경험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누가 출산을 돕는지, 어디에서 아이를 낳는지,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을 누가 책임지는지는 개인의 선택만으로 정해지는 일이 아닙니다. 의료제도와 법률, 국가 정책과 사회적 인식이 달라질 때마다 임신과 출산의 모습도 함께 바뀌어 왔습니다.

대우학술총서 신간 『한국모자보건사』는 이러한 변화의 역사를 다룹니다. 최초의 여성병원 보구녀관이 문을 연 19세기 말부터 2019년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에 이르기까지, 임신과 출산에 얽힌 한국 근현대 100여 년을 56개의 장면으로 살펴봅니다.

🏢개인과 가족의 일에서 공공의 보건서비스로

불과 한 세기 전만 해도 한국의 많은 여성은 집에서 아이를 낳았습니다. 출산은 가족과 이웃 여성들이 함께 치르는 일이었고, 산파와 조산사가 산모와 신생아를 돌보았습니다. 병원과 산부인과 전문의가 임신과 출산의 중심이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이 책은 근대적 병원의 등장, 조산사 제도의 형성과 쇠퇴, 의료법 개정과 건강보험 도입, 가족계획사업과 산전 진찰 기술의 보급이 맞물리면서 오늘날의 출산 환경이 만들어진 과정을 추적합니다. 그 과정에서 임신과 출산은 가족 내부의 사적인 일에서 점차 국가와 의료전문직이 관리하는 공공의 보건 영역으로 이동했습니다.

산모와 영아의 생존을 돕는 데서 출발한 모자보건은 예방접종과 소아 의료, 피임과 인구정책, 산전 검사와 보조생식술까지 포괄하는 제도와 서비스로 확장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곧 한국 사회가 근대적인 의료체계와 보건행정을 구축해 온 역사이기도 합니다.

📝임신과 출산으로 다시 읽는 대한민국의 근대

『한국모자보건사』는 여성의 몸과 출산을 둘러싸고 국가와 가족, 의료전문직의 관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살피며 대한민국의 근대화 과정을 새롭게 조명합니다.

해방 이후 모자보건 전담 부서가 설치되고, 분만실과 신생아실이 만들어졌으며, 소아과 전문의 제도와 예방접종 체계가 정착했습니다. 1960년대 이후 추진된 가족계획사업은 여성들을 의료기관과 의사에게 연결하며 병원 중심의 출산 환경을 확산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출산을 제한하기 위한 국가사업이 결과적으로 산전 진찰과 시설 분만의 보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한국 모자보건사의 중요한 역설입니다.

반면 조산사는 제도적·기술적 제약 속에서 점차 출산 현장에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전문의 중심의 출산 환경 역시 여러 제도적 선택이 축적된 역사적 결과인 셈입니다.

그 밖에도 이 책은 피임과 인공임신중절을 둘러싼 제도의 변화, 시험관 아기를 비롯한 보조생식술의 등장, 모성 관리에서 소아 의료가 분리되는 과정, 분단 이후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북한의 모자보건 시스템 등을 함께 다룹니다.

🤔지난 100년의 역사에서 오늘의 질문으로

오늘날 한국 사회는 저출생을 국가적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출산을 억제하고 인구 증가를 막는 것이 국가의 중요한 목표였습니다.

저자는 현재의 저출생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산업화와 도시화, 핵가족화, 여성의 사회 진출, 피임기술의 보급 속에서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해 왔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말합니다. 과거에는 국가의 출산 억제 목표와 개인의 선호가 어느 정도 일치했지만, 오늘날에는 출산을 장려하는 국가의 기대와 개인이 마주한 삶의 조건 사이에 큰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역사적 검토는 자연스럽게 재생산권과 자기결정권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임신과 출산을 할 것인지, 언제 얼마나 할 것인지, 어디에서 누구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낳을 것인지는 개인의 선택입니다. 그러나 그 선택이 실질적으로 가능하려면 안전한 의료환경과 충분한 돌봄, 접근 가능한 공공서비스가 함께 보장되어야 합니다.

『한국모자보건사』는 임신과 출산을 통해 대한민국의 근대 의료와 보건행정, 인구정책과 여성의 삶을 함께 읽어냅니다. 오늘의 저출생과 산과 의료의 공백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먼저 지금의 출산 환경이 어떤 역사를 거쳐 만들어졌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모자보건사』: 임신과 출산에 얽힌 근현대 56장면
최승아 지음|대우학술총서 657
372쪽|25,000원|아카넷

#한국모자보건사 #최승아 #대우학술총서 #아카넷

🏛️서양 문화의 기원을 알고 싶다면, 『오뒷세이아』를 읽어라올여름 가장 주목받는 영화는 단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입니다. 상업영화 최초로 전편을 IMAX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데 이어, 약 2억 5천만 달러의 제...
22/07/2026

🏛️서양 문화의 기원을 알고 싶다면, 『오뒷세이아』를 읽어라

올여름 가장 주목받는 영화는 단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입니다. 상업영화 최초로 전편을 IMAX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데 이어, 약 2억 5천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번 작품은 기술적인 도전과 압도적인 스케일만으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한국 개봉을 약 2주 앞둔 지금, 는 치열한 예매 경쟁으로 연일 화제에 오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정말 주목해야 할 부분은 크리스토퍼 놀란이 영화를 위해 선택한 이야기가 2,700년 전 호메로스가 남긴 『오뒷세이아』라는 사실입니다. 놀란은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이야기를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서양 문화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았으며, 또 지금도 새로운 영감을 주는 그리스의 고전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왜 모든 시대는 다시 호메로스로 돌아오는가

『오뒷세이아』는 기원전 8세기경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가 지은 장편 서사시입니다. 트로이 전쟁을 마친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케로 돌아가기까지의 10년 간의 여정을 그린 이 작품에는 외눈박이 거인, 세이렌, 키르케,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등 오늘날에도 익숙한 장면들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이 작품이 2,700년 동안 살아남은 이유는 괴물이나 모험 때문만은 아닙니다.『오뒷세이아』는 영웅의 '귀향' 이야기를 통해, 인간은 어떻게 유혹을 견디는가, 실패 이후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가,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자신이 누구인지를 잃지 않을 수 있는가 등의 주제를 다룹니다. 이처럼 호메로스는 인간이라면 시대를 막론하고 마주하게 되는 질문을 한 편의 서사시에 담아냈습니다.

그래서 제임스 조이스는 『오뒷세이아』를 현대 도시인의 하루로 바꾸어 『율리시스』를 썼고, 스탠리 큐브릭은 인류의 우주 탐험 서사에 '오디세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크리스토퍼 놀란 역시 다시 호메로스로 돌아왔습니다. 이처럼 『오뒷세이아』는 시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작품을 낳는 모든 이야기의 원천입니다.

📜그렇다면 왜 원전을 읽어야 할까

그런데 굳이 원전을 읽어야 할까요?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를 봐도 되고, 그밖에 『오뒷세이아』를 모티프로 한 현대의 수많은 다른 창작물들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두꺼운 고전을 지금 읽어야 하는 이유가 마땅히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현대의 작품들 모두 『오뒷세이아』를 읽은 누군가의 해석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소설, 영화, 드라마, 게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창작자는 원전에서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장면을 선택하고, 어떤 주제를 강조하며, 자신의 시대에 맞게 이야기를 새롭게 구성합니다.

반면 원전은 다릅니다.

1️⃣원전은 모든 해석의 출발점입니다.

원전을 읽는다는 것은 줄거리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크리스토퍼 놀란, 제임스 조이스도 읽었던 바로 그 이야기를 직접 만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우리는 후대의 작품들이 원전에서 무엇을 계승했고, 무엇을 새롭게 덧붙였으며, 또 무엇을 과감히 생략했는지를 스스로 발견할 수 있습니다. 후대의 작품들이 자기만의 ‘답’을 제시하는 것이라면, 원전은 그 자체로 해석의 출발점이 되는 ‘질문’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원전은 넓은 세계를 보여줍니다.

또한 원전은 영화보다 훨씬 넓은 세계를 담고 있습니다. 한 편의 영화는 귀향이나 모험이라는 하나의 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할 수밖에 없지만, 『오뒷세이아』에는 정치와 환대, 인간과 신의 관계, 가족, 권력, 기억, 정체성 등 수많은 주제가 동시에 흐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원전을 읽는다는 것은 하나의 줄거리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서양 문화가 반복해서 되새겨 온 질문들을 직접 만나는 일입니다.

3️⃣원전은 생각보다 재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원전, 특히 고대에 쓰인 책들이 막연히 어렵고 지루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오뒷세이아』 원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습니다. 『오뒷세이아』는 애초에 학자를 위해 쓰인 책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괴물과 복수, 변장과 반전, 긴장감 넘치는 모험은 오늘날의 독자에게도 충분히 흥미롭습니다. 2,70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작품이 계속 읽히는 이유는, 그것이 모든 인간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동과 재미를 다루는 ‘재미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아카넷의 『오뒷세이아』

아카넷의 『오뒷세이아』는 그리스어 원전을 바탕으로 호메로스의 의미와 서사적 리듬을 우리말에 충실하게 옮긴 번역입니다. 현대 독자가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도록 문장을 다듬고, 최신 연구 성과를 반영한 해설과 주석을 함께 수록했습니다. 이제 서양 문화의 출발점인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 원전을 직접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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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질문이 우리를 더 나은 삶으로 이끄는가― 『소크라테스의 변명』으로 읽는 질문과 성찰의 철학얼마 전, 구글 딥마인드에서 철학 전공자를 채용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생성형 AI가 우리의...
20/07/2026

🏃‍♀️‍➡️어떤 질문이 우리를 더 나은 삶으로 이끄는가
― 『소크라테스의 변명』으로 읽는 질문과 성찰의 철학

얼마 전, 구글 딥마인드에서 철학 전공자를 채용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생성형 AI가 우리의 삶 깊숙이 들어온 오늘날 아이러니하게도 철학의 역할은 더욱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답을 찾는 일보다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AI는 수많은 답을 빠르게 제시할 수 있지만, 무엇을 묻고, 왜 그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까지는 우리를 대신해 결정해 주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던지는 좋은 질문은 새로운 지식을 만들고, 익숙한 문제를 다시 바라보게 하며, 때로는 우리의 삶 자체를 바꾸기도 합니다.

철학은 본래 좋은 질문을 통해 삶을 성찰하는 학문으로 출발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전통에는 "정의란 무엇인가?", "용기란 무엇인가?",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물었던 철학자였던 소크라테스가 있었습니다. 그는 질문을 통해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을 고민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의 질문들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었고, 결국 그는 그로 인해 아테네 법정에 서게 됩니다.

🏛️질문하는 철학자는 왜 죽음을 선택했는가
― 플라톤, 『소크라테스의 변명』

『변명』이라는 제목 때문에 흔히 이 책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용서를 구하는 글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변명(apologia)'은 오늘날의 일상적인 쓰임과는 그 의미가 다릅니다. ‘변명’은 법정에서 자신을 변호하는 연설, 곧 '변론'을 뜻합니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가 재판에서 펼친 최후의 변론을 제자 플라톤이 철학적으로 다시 구성한 대화편입니다.

소크라테스에게 적용된 죄목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아테네의 신들을 믿지 않고 새로운 신을 들여왔다는 혐의, 그리고 젊은이들을 타락시켰다는 혐의입니다. 이에 대해 소크라테스는 왜 평생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철학이 어떻게 자신의 삶 그 자체였는지를 담담하게 설명합니다.

"소크라테스보다 지혜로운 사람은 없다." 델포이 신탁이 전한 이 말을 들은 그는 오히려 그 신탁을 의심했습니다. 그래서 정치가와 시인, 장인들을 찾아다니며 질문을 던졌습니다. 소크라테스는 그 과정에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닫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안다고 믿지만, 정작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는 제대로 성찰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스스로를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무지를 아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의 질문은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기 위한 말재주도, 논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기술도 아니었습니다. 그가 던지는 질문은 삶을 성찰하는 방법이었고,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한 출발점이었습니다.

하지만 당대의 지식인들과 권력자들의 반감을 산 그는 결국 사형을 선고받습니다. 그렇지만 소크라테스는 철학을 포기하는 대신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입니다. 그는 "성찰하지 않는 삶은 인간에게 살 가치가 없다"고 강조하며, 질문하는 삶, 그로써 진리를 추구하는 삶을 지켜내기 위해 죽음을 선택합니다.

오늘날에도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왜 질문해야 하는가, 무엇을 질문해야 하는가, 그리고 어떤 질문이 우리를 더 좋은 삶으로 이끄는가를 묻는 철학의 출발점을 보여주는 고전입니다. 답을 가장 빨리 찾아주는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지만, 좋은 질문은 여전히 인간만이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과 함께 읽으면 좋은 두 권의 고전

1️⃣플라톤, 『소피스트』

소크라테스의 질문이 진리를 향한 탐구였다면, 소피스트는 어떤 사람들이었고, 그들이 하는 활동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소피스트』에서 플라톤은 철학자와 소피스트의 차이를 집요하게 추적합니다. 이 대화편에서는 소피스트를 '지식의 상인', '논쟁 기술자', '모방자' 등 여러 모습으로 정의해 가며, 진리를 찾는 대화와 상대를 이기기 위한 논쟁은 무엇이 본질적으로 다른가를 탐구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소피스트를 규정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거짓말은 어떻게 가능한가?',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말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탐구하며, 존재와 비존재, 참과 거짓에 대한 새로운 철학적 이해도 시도합니다. 이처럼 『소피스트』는 철학자와 소피스트의 차이를 넘어, 인간의 언어와 인식을 탐구하는 중요한 고전입니다.

2️⃣아리스토텔레스, 『소피스트적 논박』

플라톤이 철학자와 소피스트의 차이를 탐구했다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소피스트적 논증이 어떻게 사람을 속이는가를 분석합니다. 그는 애매한 표현, 순환논증, 논점 일탈 등 겉보기에는 그럴 듯하지만 실제로는 잘못된 추론을 체계적으로 분류하며, 참된 논증과 궤변을 구별하는 기준을 제시합니다.

오늘날에도 토론과 언론,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논리적 오류들이 이미 이 책에서 놀라울 만큼 정교하게 분석됩니다. 현대의 논리학과 비판적 사고 교육의 뿌리를 이해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찾아볼 만한 고전입니다.

⛰️좋은 질문은 좋은 삶으로 이어진다

소크라테스는 평생 질문을 통해 삶을 성찰했고,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질문이 진리를 향할 때와 궤변으로 흐를 때를 각각 탐구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소크라테스의 변명』, 『소피스트』, 『소피스트적 논박』. 이 세 권의 고전은 좋은 질문이 좋은 생각을 만들고, 좋은 생각이 결국 더 나은 삶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2천 년이 넘는 시간을 건너 오늘의 우리에게 다시 일깨워 줍니다.

생성형 AI는 우리에게 수많은 답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무엇을 질문해야 하는지, 어떤 질문이 우리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하고 더 나은 삶으로 이끄는지는 여전히 우리 스스로 고민해야 하는 몫입니다.

“날마다 덕에 관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즉 내가 그것들에 관해 대화를 나누면서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검토하는 걸 여러분이 듣는 그런 것들), 이것이 그야말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상의 좋음이며, 검토 없이 사는 삶은 인간에게 살 가치가 없다고 말하면, 여러분은 이런 말을 하는 나를 훨씬 더 못 미더워할 겁니다. 그렇지만, 여러분, 실상은 내가 주장하는 대로예요.”

-『소크라테스의 변명』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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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좋지만, 수학은 싫다면 꼭 읽어야 할 철학 고전학교에서 수업도 듣고 학원도 다니지만, 이상하게도 ‘수포자’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는 수학 공식과 문제풀이에 질린 나머...
14/07/2026

📐철학은 좋지만, 수학은 싫다면 꼭 읽어야 할 철학 고전

학교에서 수업도 듣고 학원도 다니지만, 이상하게도 ‘수포자’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는 수학 공식과 문제풀이에 질린 나머지 일찍이 수학 공부를 포기합니다. 게다가 암기만으로는 단기간에 성적을 올리기도 힘든 과목인지라 좀처럼 성취감을 얻기도 힘이 듭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문과로 진로를 선택한 학생들 가운데에는 “수학이 하기 싫어서”라는 이유를 말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수학은 자연과학이나 공학을 위한 학문이고, 인문학, 특히 철학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특히 도형을 다루고 공간감이 요구되며, 각종 증명을 이해해야 하는 기하학은 인문학과는 무관하다고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철학은 사실 수학과 매우 가까운 학문입니다. 특히 고대 그리스에서 철학자들은 기하학을 계산과 측량술이라는 측면과 더불어 인간이 어떻게 확실한 지식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가장 이상적인 학문으로 여겼습니다. 서양 정신의 기원과 토대를 이루는 중요한 학문으로서 수학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아카넷이 소개해 온 고전들 가운데에도 이러한 전통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작품들이 있습니다. 오늘날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과는 조금 다른 의미에서, '생각하는 법'과 '증명하는 법'을 보여 주는 고전들입니다. 서양 철학과 지성사의 기원을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들이 분명 좋은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기하학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다
플라톤, 『메논』 - 상기설, 기하학, 그리고 '생각하는 법'

감각은 사람마다 다르고 때로는 우리를 속이지만, 기하학적 증명은 누구에게나 동일한 결론에 도달하게 합니다. 플라톤의 대화편 『메논』에는 이를 보여주는 서양 철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 하나가 등장합니다. 소크라테스는 한 번도 교육받지 않은 노예 소년을 불러, 한 변이 2피트인 정사각형보다 넓이가 정확히 두 배인 정사각형의 한 변을 구해 보라고 합니다. 소년은 처음에는 한 변을 두 배로 늘리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질문과 답변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추론이 잘못되었음을 깨닫습니다.

소크라테스와의 대화를 거듭하는 동안 소년은 자신의 추론을 조금씩 수정해 나가면서, 마침내 '원래 정사각형의 대각선이 바로 새로운 정사각형의 한 변이 될 때에만 넓이가 정확히 두 배가 된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도형 사이의 관계를 논리적으로 이해하는 기하학적 추론이 요구되는 증명을 해낸 것입니다.

플라톤은 이 장면을 통해 자신의 상기설(想起說)을 설명합니다. 그에 따르면 참된 앎이란 영혼이 이미 지니고 있던 진리를 이성을 통해 다시 떠올리는 과정입니다. 오늘날에는 이러한 설명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이 장면이 전하는 철학적 의미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참된 이해는 남의 말을 기계적으로 암기하는 데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질문과 논리적 추론을 거쳐 스스로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플라톤이 기하학을 철학의 모범으로 삼은 것도, 감각이나 권위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타당한 이성의 추론 능력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 주는 학문이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기하학으로 ‘증명하는 법’을 배우다
유클리드, 『유클리드 원론 1·2』 - 기하학, 그리고 서양 합리성의 출발점

『유클리드 원론』은 점과 직선, 각과 같은 기본적인 개념을 정의한 후, 몇 가지 공리와 공준만을 출발점으로 삼아 수백 개의 명제를 차례로 증명해 나갑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피타고라스 정리 역시 처음부터 주어지는 공식이 아니라, 앞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아 올린 논리의 결과로 등장합니다. 이처럼 『유클리드 원론』은 하나의 전제로부터 어떻게 새로운 결론을 이끌어 내는지를 엄밀하게 보여 주는 책입니다.

그래서 『원론』은 기하학을 가르치는 책인 동시에, '증명이란 무엇인가'를 가장 아름답게 보여 주는 고전으로도 평가받습니다. 그 영향은 수학을 넘어 철학에까지 이어졌습니다. 근대 철학자 스피노자는 그의 대표작 『에티카』를 정의, 공리, 명제, 증명이라는 순서로 전개하는 기하학적 방법을 활용하여 집필했습니다. 진리를 논리적으로 증명하려는 그의 시도는 『유클리드 원론』이 제시한 사고방식을 철학으로 확장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유클리드가 보여 준 이러한 연역적 사고방식은 이후 철학과 논리학은 물론, 근대 과학의 방법론에도 깊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몇 개의 기본 원리에서 출발하여 논리적으로 결론을 도출하는 사고의 형식은 오늘날에도 수학과 과학, 철학을 관통하는 합리적 탐구의 이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클리드 원론』은 수학 교과서의 고전이자 동시에 서양 지성사 전체의 토대를 이루는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철학 고전에서의 수학에서 우리는 몇 가지 전제에서 출발하여 논리적으로 결론에 이르는 사고방식, 그리고 눈앞의 현상을 넘어 그 배후의 보편적인 원리를 탐구하려는 태도를 발견합니다. 플라톤과 유클리드에게 기하학은 인간 이성이 어떻게 진리에 접근하는지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 주는 학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방식은 철학뿐 아니라 논리학과 과학을 비롯한 서양 지성사의 토대를 이룩하였습니다.

학창 시절 수학을 좋아하지 않았더라도 괜찮습니다. 이 책들은 수학 문제를 잘 풀기 위해 읽는 책이 아니라, 서양 철학과 사상이 어떤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진리를 탐구해 왔는지를 보여 주는 고전입니다. 서양 지성의 기원을 진지하게 이해하고 싶다면, 『메논』과 『유클리드 원론』을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메논 #플라톤 #유클리드원론 #유클리드 #아카넷 #철학 #수학 #고전

🐕철학자들은 동물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 아카넷의 책으로 읽는 동물에 관한 철학동물의 권익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공장식 축산의 사육 환경을 개선하고, 불필요한 동물실험을 줄이며, 인간과 함께 ...
10/07/2026

🐕철학자들은 동물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 아카넷의 책으로 읽는 동물에 관한 철학

동물의 권익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공장식 축산의 사육 환경을 개선하고, 불필요한 동물실험을 줄이며,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엄격한 채식주의를 실천하지는 않더라도, 고통을 느끼는 존재인 동물을 윤리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낯설지 않은 가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동물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질문은 결코 최근에 등장한 것이 아닙니다. 생명을 관찰하고 분류하려 했던 고대 철학자에서부터,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존중받아야 할 권리를 가진 존재라고 주장한 현대 윤리학자, 나아가 인간 중심적 사고방식 자체를 근본에서 되묻는 현대 철학자에 이르기까지, 동물은 오랫동안 철학의 중요한 탐구 대상이었습니다.

오늘은 이러한 사상사의 흐름을 따라, '동물'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지는 아카넷의 세 권을 소개합니다.

🔍철학자는 왜 동물을 연구했을까? - 아리스토텔레스, 『동물발생론』

아리스토텔레스를 떠올리면 흔히 논리학이나 형이상학을 먼저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는 고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자연 연구자이기도 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자연에 대한 이해는 곧 '생명이란 무엇인가', '존재는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밝히는 철학적 탐구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수많은 동물을 관찰하고 비교하며, 그 안에서 자연의 질서와 원리를 찾고자 했습니다.『동물발생론』은 이러한 탐구의 결실로, 동물의 번식과 발생 과정을 체계적으로 설명한 고전입니다.

오늘날의 생물학적 지식과 비교하면 수정되어야 할 내용도 적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의 의미는 여전히 큽니다. 신화나 전승에 의존하지 않고, 실제 자연을 관찰하며 생명의 원리를 설명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인간과 동물을 모두 자연의 질서 속에서 이해하려는 그의 시도는 서양 생물학의 출발점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이처럼『동물발생론』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뿐 아니라, 자연을 탐구한 과학자로서의 아리스토텔레스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책입니다.

🗣️동물에게도 권리가 있다! - 톰 레건, 『동물권 옹호』

현대에 들어 동물을 바라보는 관점은 더욱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합니다. 이제 질문은 '동물을 어떻게 연구할 것인가'가 아니라,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로 옮겨 갑니다.

동물권 철학을 대표하는 사상가 톰 레건은 동물이 인간에게 유용하기 때문에 보호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 자체로 권리를 가진 존재라고 주장합니다. 피터 싱어가 고통과 행복이라는 공리주의적 기준을 통해 동물 윤리를 설명했다면, 레건은 동물 역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삶의 주체(subject-of-a-life)'인 이상, 인간과 마찬가지로 침해될 수 없는 도덕적 권리를 가진다고 말합니다.

그의 주장은 동물을 재산이나 자원으로 바라보는 기존의 관점을 정면으로 비판합니다. 그렇기에 『동물권 옹호』는 오늘날 동물권 운동과 동물윤리 논의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현대 철학의 고전으로 손꼽힙니다.

🐾인간과 동물 사이의 경계를 허물다 - 자크 데리다, 『동물, 그러니까 나인 동물』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우리가 '동물'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방식 자체를 문제 삼습니다. 인간은 수없이 다양한 생명체를 하나의 단어, '동물'로 묶어 부르면서, 자신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존재인 것처럼 구분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은 정말 자연스러운 것일까요?

데리다는 어느 날 자신의 반려묘 앞에서 알몸으로 서 있었던 경험을 출발점으로 삼습니다. 인간이 동물을 바라보는 것만큼, 동물 역시 인간을 바라보고 있다는 너무도 단순한 사실을 통해 그는 인간 중심주의의 전통을 다시 고찰합니다. '말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이성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동물을 인간보다 열등한 존재로 규정해 온 서구 형이상학의 오랜 전통을 해체하는 것이 이 책의 핵심입니다.

이 책은 동물을 보호하자는 윤리적 주장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과 동물의 경계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철학적으로 성찰하게 하는 데리다 후기 사유의 대표작입니다.

고대 철학은 동물을 통해 자연과 생명의 본질을 이해하려 했고, 현대 윤리학은 동물을 도덕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려는 철학적인 시도를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철학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과 동물이라는 구분 자체에 의문을 품고 새롭게 탐구를 시작했습니다.

동물을 바라보는 방식은 시대에 따라 달라졌지만, 그 변화의 중심에는 언제나 '인간은 다른 생명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동물에 관한 철학은 결국 인간 자신을 돌아보는 철학이기도 합니다. 이번 기회에 아카넷의 책들과 함께, 그 긴 사유의 흐름을 천천히 따라가 보시기 바랍니다.

#동물발생론 #아리스토텔레스 #조대호 #동물권옹호 #톰레건 #김성한 #최훈 #동물그러니까나인동물 #자크데리다 #문성원 #최성희 #아카넷 #동물 #철학

📖 철학은 노년을 어떻게 바라보았을까?“누구든지 오래 살기를 바라면서도 늙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조너선 스위프트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긴 지도 오래되었습니다. 의학과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노화를 늦추고 ...
07/07/2026

📖 철학은 노년을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누구든지 오래 살기를 바라면서도 늙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 조너선 스위프트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긴 지도 오래되었습니다. 의학과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노화를 늦추고 질병을 극복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평균 수명 100세 역시 더 이상 허황된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기력이 예전 같지 않고, 몸 곳곳이 병들며, 늘어나는 주름을 마주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습니다. 미디어 역시 늙어가는 모습을 과장하거나 조롱의 대상으로 보여주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처럼 우리에겐 장수하길 바라면서도 한편으론 늙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혼재합니다.

흔히 철학은 인간 삶의 모든 것을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철학은 과연 노년을 어떻게 바라보았을까요? 과거의 사상가들은 노년의 삶을 어떻게 이해했으며, 또 우리는 그들의 사유에서 어떤 지혜와 통찰을 얻을 수 있을까요?

🏛️고전이 들려주는 노년의 지혜 ― 『노(老)카토 노년론』

『노(老)카토 노년론』은 고대 로마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인 키케로가 남긴 대표적인 고전입니다. 키케로는 이 책에서 85세의 원로 정치가 카토를 화자로 내세워, 젊은이들이 품고 있는 노년에 대한 의문과 편견에 하나씩 답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노년이 활동력을 잃게 하고, 육체적 즐거움을 빼앗으며, 사회에서 멀어지게 하고, 결국 죽음만을 기다리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카토는 이러한 통념을 차분한 논증과 자신의 경험, 그리고 역사 속 인물들의 사례를 통해 반박합니다. 그는 노년을 절제와 경험, 지혜가 무르익는 시기로 바라보며, 인간이 어떻게 품위 있게 나이 들어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2천 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이 책이 오늘날에도 꾸준히 읽히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해진 시대일수록, '어떻게 늙을 것인가'라는 질문은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철학으로 다시 묻는 노년 ― 『철학의 눈으로 본 노년』

『철학의 눈으로 본 노년』은 현대 철학의 시선으로 노년을 새롭게 탐구하는 연구서입니다. 국내 서양철학 연구자 아홉 명이 공동 집필한 이 책은 키케로와 시몬 드 보부아르를 비롯한 여러 철학자의 논의를 바탕으로,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노년의 의미를 다각도로 살펴봅니다.

이 책은 노년을 개인의 건강이나 생물학적 변화만으로 이해하지 않습니다. 자아와 정체성, 몸과 마음의 관계, 사회적 역할, 돌봄과 공동체, 존엄과 죽음 등 인간 삶의 근본적인 문제를 철학적으로 성찰하며, 초고령사회에서 '좋은 노년'이란 무엇인지 질문합니다. 또한 현대 사회가 노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은 무엇인지도 함께 돌아보게 합니다.

고전 철학의 통찰을 오늘의 현실과 연결하며, 노년을 특정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준비해야 할 삶의 과정으로 이해하도록 이끄는 책입니다.

노년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그 의미는 저마다 다를 것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상실의 시간이, 또 다른 사람에게는 성숙과 자유의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철학은 노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 삶의 한 장면으로 바라봅니다.

#노카토노년론 #키케로 #철학의눈으로본노년 #아카넷

🎊 [아카넷 소식]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재입고 안내한동안 품절로 인해 책을 구하지 못했던 분들께 반가운 소식을 전합니다. 아카넷 25주년 기념판으로 출간된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1/06/2026

🎊 [아카넷 소식]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재입고 안내

한동안 품절로 인해 책을 구하지 못했던 분들께 반가운 소식을 전합니다. 아카넷 25주년 기념판으로 출간된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재쇄를 마치고 다시 독자 여러분을 찾아왔습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니체 철학의 정수를 담은 대표작이자, 현대 철학과 문학, 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고전입니다. 초인과 자기극복, 그리고 영원회귀와 같은 니체의 핵심 사상이 가장 강렬한 문체로 펼쳐지는 작품으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질문과 영감을 건네는 고전입니다.

이번에 재쇄를 마친 아카넷 25주년 기념판은 원문의 의미를 충실하게 살린 번역과 읽기 편한 편집, 그리고 오래도록 곁에 두고 읽을 수 있는 아름다운 책의 형태를 함께 고민하며 제작되었습니다.

특히 2026 서울국제도서전이 선정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에 이름을 올리며, 내용뿐 아니라 책 자체의 완성도 또한 높이 평가받았습니다.

출간 이후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제 가까운 서점에서 다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나는 그대들에게 초인을 가르친다. 인간은 초극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 그대들은 인간을 초극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 프리드리히 니체,『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신간 안내] 체계 없이 철학하기는 전혀 학문다운 것일 수 없다오늘날 우리는 세계를 수많은 분야로 나누어 생각하는 데에 익숙합니다. 체계를 세우기보다는, 고도로 전문화된 분과 학문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더...
05/06/2026

🧱 [신간 안내] 체계 없이 철학하기는 전혀 학문다운 것일 수 없다

오늘날 우리는 세계를 수많은 분야로 나누어 생각하는 데에 익숙합니다. 체계를 세우기보다는, 고도로 전문화된 분과 학문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더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헤겔은 세계를 이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고자 했습니다. 그는 진리는 개별 영역에 흩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전체 안에서 맺는 관계 속에서만 이해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철학백과』는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집필된 책입니다. 헤겔은 이 책에서 논리학, 자연철학, 정신철학을 하나의 체계 안에 배치하여 인간의 사유와 자연, 그리고 역사가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지를 보여 주고자 했습니다.

특히 이번에 출간된 『철학백과(하이델베르크, 1817)』는 헤겔이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철학 체계를 완결된 형태로 제시한 초판의 국내 최초 완역본입니다. 후대의 증보와 수정 이전, 헤겔 철학이 지닌 원래의 문제의식과 구상을 가장 압축된 형태로 만날 수 있습니다.

✍🏻 칸트가 인간 이성의 가능성과 한계를 물었다면,
헤겔은 그 이성이 세계 전체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를 묻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물음은 인간과 역사, 사회와 문화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더 큰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이처럼『철학백과』는 헤겔 철학의 입문서이자 그의 사유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지도입니다.

“철학은 본질 면에서도 백과(Enzyklopädie)다. 왜냐하면 진실한 것은 오직 총체성(Totalität)으로만 존재할 수 있고, ‘그것의 구별지들의 구분과 규정’을 통해서만 ‘그것들의 필연성과 전체의 자유’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철학은 필연적으로 체계(System)일 수밖에 없다.”

-헤겔,『철학백과』, §7

#철학백과 #헤겔 #독일관념론 #서양철학 #서정혁 #아카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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