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9/2026
십 년이 지났다고 말하면 제법 먼 이야기 같은데, 마음은 아직도 어느 오후의 창가에 멈춰 있는 것 같다. 달력은 쉼 없이 넘어갔고, 몸은 조금씩 나이를 먹었는데, 이상하게도 어떤 장면들은 흘러가지 않는다. 버스 창에 비친 얼굴, 여름 냄새가 남아 있던 골목, 누구의 이름을 부르기도 전에 먼저 웃음이 나던 순간들. 다 지나간 줄 알았던 것들이 가끔은 지금보다 더 선명한 얼굴로 돌아온다.
살아내는 일과 알아채는 일은 끝내 같은 속도로 걷지 않았다. 그 순간이 얼마나 다정했는지, 그 사람이 얼마나 가까웠는지, 그 밤이 얼마나 젊었는지. 알아채는 순간에는 이미 조금 늦어 있고, 붙잡으려 하면 오히려 더 빨리 멀어진다.그래서인지 기쁨은 오래 붙잡지 못했고, 슬픔은 생각보다 쉽게 스며들었다. 그래도 그 모든 서툶과 불완전함 때문에 시절은 오히려 하나뿐인 얼굴을 갖는다. 다 알았다면 그렇게 함부로 웃지 못했을 테고, 끝을 알았다면 그렇게 오래 마음을 주지도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몰랐기 때문에 가능했던 찬란함이었다.
지금 늦은 밤, 옅은 조명 하나를 켜두고 노트북을 두드리는 이 시간도 언젠가는 다른 이름으로 남을 것이다. 제대로 해낸 것 없이 버티기만 했다고 생각한 날들이 훗날에는 무언가에 꽤 오래 마음을 쏟던 시절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지금은 보이지 않아도 이 안에는 분명 빛나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다만 아직 이름을 모를 뿐이다.
오늘도 우리는 모른 채로 산다. 지금 이 순간이 꽃인지 모른 채로. 언젠가 가장 그리워질지도 모를 오늘을, 그저 한낮의 시간처럼 보낸다.
시절은 언제나,
지나고 나서야 이름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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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 작가 #진심글 : 진심, 김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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