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9/2026
#서평
#나를지키고싶을때미술관에갑니다
[서평가 김윤정의 ‘사람의 글’]
나를 만나는 가장 조용한 방법
그림에서 배우는 지혜와 위안,
포옹과 격려 그리고 질책과 깨달음
문자가 없던 시기, 사람들이 동굴 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몇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굴은 인간 문명이 시작된 곳이면서 피난처였고, 인류의 가장 오래된 기록 보관소였다. 벽화는 그 자체로 역사이면서 예술 작품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동굴은 최초의 미술관이 아닐까 싶다.
오희승 저자의 ‘나를 지키고 싶을 때 미술관에 갑니다’를 펼쳤을 때 동굴이 생각난 것은 그 때문이다. 세상살이에 지치고, 사람들에게 치일 때 종종 우리는 나만의 동굴로 들어가려 한다. 마음의 빗장을 걸고 웅크리고 앉아 말 없는 고요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진다. 고요한 적막 속에서 나를 만날 수 있다.
누구나 여러 번 생각해 봤을 주제 중 하나가 ‘인생의 계절’이다. 나의 인생은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 지금 나의 계절은 무엇일까? 봄·여름·가을·겨울, 인생의 사계절에서 행복해 마지않는 시절을 누군가는 봄이라 칭할 수 있고, 또 누군가는 여름이라 명명할 수 있다. 계절을 구분 짓고 정의 내리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변치 않는 사실이 있다면 계절은 홀연히 지나가 버린다는 것이다.
“세상의 아름다움은 잠깐 손에 쥐어졌다가 홀연히 흩어지기 마련이다. 지극한 행복의 순간이 얼마나 짧은지 알기 때문이다.”
저자는 첫걸음마, 돌잔치 같은 아이와의 생생한 추억들을 지극한 행복이라 말한다. 지극한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사라져 가는 것들을 아쉬워하면서도 나무를 심는 할아버지의 손, 애틋하고 덧없음을 알지만 간절히 지켜주고 싶은 마음, 아이들을 키우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해 나가는 엄마의 고단한 시절 안에 행복이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으며 지나가는 통과의례 같은 삶 안에서 우리는 돌봄이라는 단어를 발견한다. 돌봄이 늘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돌봄의 시간에는 쉼이 없기에 다른 누구보다 돌보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쉼이 필요하다.
책 제목처럼 나를 지키고 싶을 때 또는 쉼이 필요할 때, 동굴 속으로 들어가자. 가까운 미술관에 가자. 시대를 막론하고 그림은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우두커니 미술작품 앞에 서서 아주 먼 옛날 화가들이 남겨두었을 비밀을 찾아내려고 불을 밝힌다. 우리보다 먼저 살아갔던 그들이 지혜와 위안을, 포옹과 격려를, 때론 질책과 깨달음을 선사한다.
그러나 정답은 언제나 그곳에 있지 않다. 작품을 응시하는 나의 눈과 나의 마음에 있다. 작품을 만나는 사람마다 답이 다르다. 작품 앞에서는 그저 나만의 답을 가진 한 사람으로 당당할 수 있다. 그 시간만은 온전히 당신 한 사람으로 존재해도 괜찮다.
김윤정 서평가.
늘 따뜻한 글로 울림을 주시네요.
처음 이 원고를 받고 붙인 가제가
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