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5/2025
유전정보는 개인의 운명을 결정짓는 낙인일까요, 아니면 더 나은 선택을 위한 도구일까요? 유전상담은 어떤 책임과 방향성을 가져야 할까요?
📚『유전상담의 역사』📚
DNA로 계산하는 인간의 운명
알렉산드라 미나 스턴 I 현재환, 조희수, 민병웅, 최은경 옮김
유전적 특성이나 질병, 장애를 이유로 누군가의 삶을 제한할 수 있을까요? 우생학은 생명을 살 가치가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나누고, 살 가치가 없다고 판단된 사람들의 생식을 막았습니다. 한센인, 혼혈인, 시설 수용 여성, 남아 선호 사상 등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우생학적 목적에 따라 누군가의 몸과 삶을 통제한 역사가 있습니다. 이 때, 유전자 정보는 정치적·인종적 차별을 위한 도구가 되었지요.
하지만 유정정보가 언제나 이런 식으로, 누군가를 배제하고 낙인찍는 방식으로만 사용되어온 것은 아닙니다. 21세기 ‘유전상담’은 바로 이 유전정보를 차별의 도구가 아닌 선택과 이해의 도구로 전환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합니다. 유전 질환으로 고통 받는 희귀·난치병 환아와 가족들에게 정확한 유전정보를 제공하거나, 의학적 관리를 놓고 어려운 결정에 직면한 이들에게 이상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검사 결과를 통해 스스로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유전상담은 미국에서는 이미 수십년 전부터 확립된 전문 영역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임상 유전상담사가 정식 교육 과정을 통해 배출되며, 이를 통해 환자와 그 가족이 유전 질환의 위험을 이해하고, 필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습니다. 특히 암, 희귀질환, 산전 검사 등 다양한 의료 분야에서 유전상담이 필수적인 단계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정밀의학의 발전과 함께 우리 나라에서도 유전 정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유전상담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의료 영역을 넘어, 한국의 교육열에 편승해 유전학적 기질검사와 같은 사이비 검사가 대치동을 중심으로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유전적 기질이나 성향이 학습 능력과 연결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현상입니다. 유전정보 활용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윤리적 기준이 더욱 정교하게 마련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책은 미국의 사례를 통해 유전상담 분야가 우생학의 어두운 혐의에서 벗어나 생명윤리와 환자 중심주의, 공감적 소통에 대한 관심으로 발전한 과정을 조명합니다. 이를 통해 다양성을 지향하는 유전상담이 비단 미국만이 아니라 왜 한국에서도 의미를 가지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