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9/2013
우리나라의 식사 예절 중에는 '소리내지 않고 먹기'라는 종목이 있습니다. 아무리 등가죽이 붙을 지경으로 배가 고프고 음식 맛이 숨넘어가도록 좋아도 항상 타인에 대한 배려는 물론 자신의 품위를 지키라는 가르침인데요. 그냥 몰아지경에 빠져 밥솥째 끌어안고 흡입하는 시간도 꽤나 즐겁습니다만, 가끔은 한 술을 뜨더라도 자신의 입모양과 거기서 나오는 소리를 제어하고, 심지어 수저를 들고 있는 팔의 각도부터 앉아있는 등의 자세와 도드라져보일 옆구리 살, 그리고 그걸 보고 있을 등 뒤의 식당 아르바이트 아가씨 시선에 비추일 내 모습까지 계산하며 곁들이는 식사 역시 나름 즐겁습니다.
음악도 그와 비슷한 기준으로 크게 두 가지로 구분을 할 수 있습니다. 듣는 남 생각 안하는건 물론이고 자기 자신의 모습도 어찌 보이건간에 아무 신경 안쓰고 마구 불러제끼는 음악이 있는가 하면 전혀 그 반대의 모습을 보이는 음악도 있습니다.
킹 크림슨의 공연을 보고 있자면 프립 선생이 그 히스테릭하고 난해하게 들리는 기타 프레이즈를 연주하는 와중에도 다른 멤버들을 잡아먹을 듯 지켜보고 있는 장면은 분명 후자에 속하는 것일테고, 지미 헨드릭스가 무아지경에 빠져 눈을 감고 기타를 물어뜯고 있는 장면은 확실히 전자의 케이스에 속하는 것이지요. 분명 소리내고 와구와구 먹는 음악과 소리내지 않고 점잖게 먹는 음악이 있는 것만큼은 사실입니다. 당연 더 낫고 상위의 것의 개념은 없습니다만...
가볍게 구분한다면 전자의 경우는 블루스나 재즈처럼 아프리카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음악들이 대표적이고 아트락이나 뉴에이지 같은 음악은 후자에 속한다 할 수 있는데 대개는 클래식과 같은 유럽 음악에 원류를 둔 음악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만, 좀 깊게 들여다보면 재즈 역시 클래식이라는 양분을 받고 태어났기에 후자의 특성도 지니고 있으며, 그 외의 장르에서도 완전히 한 쪽의 특성만을 가지고 있다 할 수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해도 무방할 겁니다.
무튼, 어떤 모습을 지니고 있던지간에 즐겁다면 그것이 좋은 음악이고 좋은 음식이고 좋은 예절일 것입니다. 실은 제가 낮에 국수를 먹으러가서 국물을 마시다가 나도 모르게 후루룩 소리를 냈고, 그게 왠지 귀에 크게 들리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가, 결국은 무얼하든지 너무 얽매이지말아야겠다는 결론으로 다시 돌아와 버렸습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것은 이미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게 잘 안된다는 것이겠죠. 산다는 것 만으로도 쉽지 않은데 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아 그것도 힘이 드네요.
좋은 밤 되십시오.
긴 연휴 뒤라 다들 후유증에 허덕인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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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들었던 음반 발매 소식 중 가장 강렬했던 뉴스는 밥 딜런의 Blonde on Blonde 앨범 180그랩 45알피엠 3장 짜리 박스가 모바일 피델리티에서 다음 주에 출시된단 얘기였지만, 동봉하는 음악은 이번주에 오더가 들어갈 '잇츠어바웃' 리스트 중에 한 곡을 골랐습니다.
http://youtu.be/PU8H-wONTlw
The evening is red the sheep will be pleased The folk are inside and eating their teas Now it's up to you and all down to will Remember the mongrel that 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