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9/2016
애플 펜슬은 아직도 논란이 있는 기기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스타일러스는 필요가 없다고 한 과거 발언으로 그의 오류를 짚어내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언급되기도 합니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이제 애플의 선장이 '팀 쿡'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히기도 하지요.
그러나 제가 보는 애플 펜슬은 여전히 애플, 그리고 스티브 잡스가 이끌고 있었던 애플의 제품 철학(?)의 연장선상에 있는 기기입니다. 잡스가 아이패드 2를 발표하면서 말한 그 유명한 경구, 기술과 인문학(humanities), 교양(liberal arts)의 결합에 대한 것입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Technology is not enough. it's technology married with liberal arts, married with the humanities that yields us the result that makes our hearts sing."
번역 :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기술이 교양과 결합했을 때, 인문학과 결합했을 때 비로소 심장을 뛰게하는 결과가 만들어집니다. - 역자의 의역이 포함돼 있습니다
관점에 따라 여러가지로 읽힐 수 있지만 저는 이를 인간의 지적, 육체적 활동과 기술의 결합으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아이팟 이후 애플이 내놓는 제품들에서 일관되게 찾아볼 수 있는 기조이기 때문입니다.
이 개념은 원광연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원장이 처음 내놓은 문화 기술(Culture technology)과도 결이 맞닿아 있습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문화콘텐츠 기획과 상품화, 미디어 탑재, 전달의 가치사슬 과정 등 문화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소용되는 모든 형태의 유무형의 기술'이라고 하는데 시사상식사전의 정의가 이해하기엔 좀 더 좋겠네요. 다음과 같습니다.
문화 기술 : 좁게는 문화콘텐츠를 디지털화하는 기술을 의미하며, 넓게는 문화산업과 관련한 과학기술뿐 아니라 인문사회ㆍ문화예술 분야의 지식과 노하우를 포함하는 복합적인 기술을 의미한다.
이 개념은 미디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인간의 지적, 육체적 활동을 담아내는 그릇과 같은 존재가 바로 매체, 미디어이기 때문입니다.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지적 활동의 매개체는 종이입니다. 가장 역사가 긴 매체 중 하나입니다. 음악과 육성을 기록하는 LP, CD, 그리고 mp3도 매체로 꼽을 수 있겠지요. 기술의 발달에 따른 매체의 변화 사례로도 들 수 있겠네요.
서두가 많이 길었는데, 애플 펜슬은 정확하게 이같은 개념에 충실한 기기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림을 그리는 지적 활동을 디지털로 옮겨놓기 위해 만들어진 제품이라고 해석합니다. 이것이 휴대용 기기의 조작 수단 중 하나인 스타일러스와 가장 큰 차이이고, 이를 위해 아래 첨부한 링크에 기술된 것처럼 수많은 연구개발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의 연동 등이 이뤄진 것이겠지요. 그 결과 애플 펜슬과 아이패드 프로의 조합은 그동안 연필과 스케치북으로 이뤄졌던 저작 활동을 디지털로 대체한다고 봐도 될 듯 합니다. 물론 그 이전에 있었던 디지타이저가 있지만 여러가지 평가로 미뤄볼 때 연필+스케치북이 주는 경험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제 와서 애플 펜슬 얘기를 주절주절 늘어놓은 이유는 사실 또다른 시도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아이폰 7을 출시하면서 발표한 광색역 디스플레이입니다. 광색역 디스플레이는 현 표준 RGB 디스플레이를 넘어 DCI-P3 WCG(Wide Color Gamut)을 지원합니다. RGB보다 색재현력을 20% 늘렸다고 하네요. 이전에 아이폰4에서 레티나를 통해 눈으로 봤던 풍경과 디지털로 표현한 이미지의 해상도 차이를 줄였다면 이제는 풍경과 이미지의 색 차이를 광색역으로 줄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게 실현된다면 우리는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을 사진으로 찍어 똑같은 색과 똑같은 해상도로 디지털로 볼 수 있게 되겠죠. 물론 전문가용 장비로는 지금도 가능하지만 아이폰 7이라는 휴대용 기기로 우리가 직접 찍어도 가능하다는 것이 차이겠습니다. 디지털로 아날로그의 가치를 그대로 이전한다는, 애플의 기조에 맞춰서요. 애플 펜슬과 아이폰7의 공통점은 바로 이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전시하고, 관람하는 지적 활동을 이제 애플 펜슬과 아이폰7으로 옮길 수 있게 됐네요. 현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간극을 지금보다 한단계 더 줄이는 형태로요.
* 참고 문헌
Inside Your iPad Pro : (2) 극과 극, 애플펜슬과 스마트키보드(http://iyd.kr/881)
애플 펜슬 vs. 와콤 신티크(http://macnews.tistory.com/3653)
위키피디아 : 문화콘텐츠기술(https://ko.wikipedia.org/wiki/문화콘텐츠기술)
스티브 잡스와 인문학(https://brunch.co.kr//3)
제2의 레티나 디스플레이, 와이드 컬러(http://www.albireo.net/threads/45665/)
Author : Jin Hyeop Lee (Any action violating either copyright laws or CCL policy of the original source is strictly prohibited) ※ 이 글은 'Inside Your iPad Pro : (1) 성능편'(링크) 에서부터 이어집니다. Inside Your iPad Pro 1부에서는 iPad Pro에 들어간 AP, 메모리, 스토리지 등 각종 성능적인 측면을 중점적으로 다뤘습니다. 프로 기기를 표방하는 아이패드 프로에서 성능은 절대 떼 놓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