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0/2025
모순( )의 새로운 챕터, ‘광화문 모순’
고즈넉한 서촌 골목을 걷다 보면, 현대적인 외관 사이로 우드 톤 입구가 따뜻하게 자리한 건물이 보입니다. 바로 지난주 문을 연 갤러리 모순의 새로운 챕터, ‘광화문 모순’ 입니다. 주소와 ‘MOSOON’이 담백하게 쓰인 현판을 따라 들어서면 한국의 전통과 현대적 감각이 공존하는 공간이 펼쳐집니다.
차분히 놓인 도자들, 어둡게 드리운 조명, 그리고 창을 통해 스며드는 자연광. 그 빛을 따라 이어지는 기와의 선과 낮은 층고, 고르지 않은 흰 벽과 천장이 시선을 끕니다. 정제되지 않은 요소들이 묘하게 어우러진 모습은 마치 도자와도 닮아 있습니다.
멀리서는 고른 듯 닮아 있지만, 가까이서 보면 거칠기도 유연하기도, 화려하기도 담백하기도 한 도자들. 그 표면에는 작가들의 시간과 이야기가 고스란히 새겨져 있습니다. 1층 숍에서는 신경희, 한정용, 유수연, 정현우, 구진인, 한대웅, 김종필, 이정용, 임영주, 이재원, 이예원, 최재훈, 박연태, 차동기, 김동표 등 15명의 도예가들이 빚어낸 다채로운 형태가 각자의 방식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2층에는 한결 작가의 옻칠 신작이 놓여 있습니다. 낮은 층고 아래에서 낮은 의자를 내려다보는 시선은, 그것을 단순한 도구가 아닌 하나의 조형물로 경험하게 합니다. 단단한 나무, 그 위의 작지만 거친 옻칠은 공간과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계단 곁 네 개의 의자는 눈을 맞추자 점차 표면이 움푹 들어가는 듯했는데, 의도인지 우연인지 모를 그 발견은 작은 즐거움을 더합니다.
‘모순’의 대표는 도자와 기물 하나하나를 진심으로 선별하며, 모순이 가진 가치와 공간의 조화를 깊이 고민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모든 것은 처음부터 제자리에 있었던 듯 편안하게 다가옵니다.
갤러리 모순이 작가와 관객이 머무는 공간이었다면, 광화문 모순은 작품을 직접 만지고 느끼며 부담 없이 소장할 수 있는 확장된 경험으로 이어집니다. 외부와 단절된 듯 시간이 잠시 멈춘 이곳에서, 자신에게 닿는 소품을 고르며 작은 여유를 누려보시길 바랍니다.
갤러리 모순 인터뷰 전문은 ACCESS 공식 홈페이지 No 12. Vol 2 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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