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9/2025
[여성들의 공포와 취약성은 당신들의 유희거리가 아니다
A 교수의 그루밍 성범죄와 2차 가해에 붙여]
'이미 성평등은 이뤄졌다'라는 세상에, 단국대학교에선 여전히 그렇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건이 일어났다.
"내 얼굴로 누가 딥페이크 만들어줬으면 좋겠어. 합의금이 5천이라던데." 딥페이크 성범죄로 수많은 여성의 삶이 위협받는 지금임에도, A 교수는 학생들 앞에서 범죄를 축소하고 농담거리로 만들었다. 추후 이뤄진 사과에는 구체적인 내용도, 문제의식도 나타나지 않았다.
같은 날, A 교수는 술자리 이후 귀갓길에 택시를 구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술에 취한 채 학생들을 태워 직접 운전했다. 학생들의 본보기가 되고 가르침을 주어야 할 교수는 음주 운전을 함으로써 적극적으로 학생들을 위험으로 내몰았다.
그리고 A 교수는 4개월간 지속적으로 SNS를 통해 소통해 온 재학생의 자취방으로 향했다. 반복적인 술 약속 시도, 사적인 만남 시도와 외모 칭찬 등으로 소통을 이어온 A 교수는 그날 재학생의 자취방에서 성관계를 맺었다.
'한순간의 실수'로 일축될 수도 '불가해한 사랑'으로 포옹될 수도 없는 사건이다. 교수와 학생의 위계 관계에서 이뤄진 성관계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고, 정신적으로 취약한 상태였던 학생의 상태를 이용한 가스라이팅으로 이어졌다. 피해 학생의 동의와는 별개로 교수와 학생 간의 위계관계에서 벌어진 성관계와 사적인 관계는 그 자체로 잘못된 것이다.
교내에서 해당 교수의 행보에 문제를 제기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자, 교수는 관련 학생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법적 조치를 운운하며 압박했고, 피해 학생을 지속적으로 가스라이팅했다. 이후에도 이뤄진 피해자들에 대한 압박은 명백한 2차 가해다.
이에 교내 책임자와 구성원들에게 아래의 사항을 요구한다.
1. 가해 교수에 대한 엄중한 책임 규명과 처벌을 통해 교내에서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 것.
2. 피해 학생들에 대한 확실한 보호 조치를 취해 2차 가해를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가해 교수로부터 피해 학생들을 보호할 것.
3. 구성원들의 적극적 연대와 문제 제기로 해당 사건이 축소되지 않도록 할 것.
이러한 혼란은 '괜한 문제 제기'가 아니라 안전한 공간에서의 학업에 가해진 위협에 대한 저항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여성들의 공포와 취약성을 가십거리나 유희거리로 전락시키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아래 대학 기구들은 위 단국대학교 학생들의 문제 제기와 용기를 지지하며 요구된 사항에 대한 수용을 요구한다.
2025년 9월 23일
고려대학교 여성주의 교지 석순, 덕성여자대학교 학보사 덕성여대신문, 동덕여자대학교 교지편집위원회 목화
성신여자대학교 학보사 성신학보, 숙명여자대학교 학보사 숙대신보, 국민대학교 실천하는 국민대 학생모임 ‘비상구’
이화여자대학교 이화생활도서관, 중앙대학교 여성주의 교지 녹지, 중앙대학교 인권 네트워크
중앙대학교 교지편집위원회 중앙문화, 중앙대학교 여성주의학회 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