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7/2025
1998년 여름 스탠퍼드 대학 박사과정 중이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구글 창업을 준비하던 때였다.
그들은 당시 ‘검색 엔진’이라는 비인기 분야에 도전 중이었고 투자를 받기 위해 지인의 소개로 선마이크로시스템즈의 공동창업자인 앤디 벡톨샤임을 만나게 된다. 만남의 장소는 캘리포니아의 한 조용한 주택가 마당.
브린과 페이지는 노트북 하나를 들고 나와 구글의 검색 기술을 시연했다.
시연에 걸린 시간은 단 15분.
시연이 끝나자 앤디는 가방에서 수표책을 꺼내며 말했다. “이건 정말 굉장한데. 지금 당장 투자하고 싶어.” 그리고 그는 법인조차 없는 ‘Google Inc.’ 앞으로 10만 달러(약 1억3천만원)짜리 수표를 써주었다.
두 공동창업자는 그 수표를 입금하기 위해 서둘러 회사를 법인화했고, 이 수표는 구글의 첫 공식 투자금이자 오늘날 시가총액 수조 달러 기업의 출발점이 되었다.
벡톨샤임의 그 투자는 이후 구글의 IPO를 거치며 수천 배의 수익으로 돌아왔다. 오늘날 세계 최대 IT 기업으로 성장한 구글에 시드머니를 제공한 앤디 벡톨샤임은 독일 바이에른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TV도 드물던 시절 어린 그는 라디오를 분해하고 전자 회로를 설계하며 전자공학에 몰두했다. 열다섯 살에는 스스로 만든 마이크로컴퓨터를 가지고 있었고 이 열정은 뮌헨 공대 전자공학 전공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의 진짜 여정은 1977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으로 유학을 떠나면서 시작됐다. 당시 그는 네트워크 컴퓨팅이라는 생소한 분야에 매료되었고, 그의 기술적 통찰은 교수들과 동료들에게 곧바로 인정받았다.
1982년 그는 스탠퍼드 동문들과 함께 선마이크로시스템즈를 공동 창업한다. 그가 설계한 워크스테이션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성능을 자랑했고, 선(sun)은 유닉스 기반 서버, 자바 프로그래밍 언어, SPARC 칩, NFS 파일 공유 시스템 등 수많은 혁신 기술을 세상에 내놓으며 인터넷 시대의 기초를 닦았다. 선은 훗날 오라클에 인수되며 실리콘밸리의 전설로 자리 잡았고 앤디 벡톨샤임은 그 중심에 있었다.
그는 기술을 판단하는 능력뿐 아니라 사람을 보는 감각 그리고 ‘결정적 순간에 결단하는 용기’를 가진 투자자였다. 그는 늘 말한다. “사업계획서보다 창업자의 눈빛을 봅니다. 그리고 혁신은 시장보다 앞서야 합니다.”
그는 억만장자지만 스포트라이트를 피하고 조용히 엔지니어의 삶을 살아간다. 지금도 스스로 회로를 설계하고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며 창업자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내가 구글에 투자한 건 그 기술이 세상을 바꿀 거라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게 내 직업이죠. 변화를 감지하고 그 시작점에 서는 것.”
그가 써낸 10만 달러짜리 수표 한 장은 세상을 바꾼 기폭제였고 그 수표에는 단순한 돈이 아닌 통찰과 직관, 결단이 담겨 있었다.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