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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폰으로 본 세상호수내 마음은 호수요그대 노 저어 오오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 같이그대 뱃전에 부서지리라.시인 김동명의 ‘내 마음’이라는 시의 첫 구절이다. 바다, 호수, 하늘, 구름, 바람, 화초 등 자...
12/23/2025

셀폰으로 본 세상
호수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 같이
그대 뱃전에 부서지리라.

시인 김동명의 ‘내 마음’이라는 시의 첫 구절이다. 바다, 호수, 하늘, 구름, 바람, 화초 등 자연을 사랑했던 시인은 창씨개명을 거부하고 일제의 탄압 속에서 절필했다. 그는 동광학원을 설립하고 가난한 학생들을 가르쳤다고 한다.

동네에 있는 라미라다 레저널 파크에 있는 호수를 거닐 때마다 이 시가 떠오른다. 팜츄리가 호수 한 가운데 멋지게 자리 잡고 있으며 물결 따라 움직이는 구름과 하늘이 시인의 마음을 담고 있는 듯하다.

가 볼 만한 곳스터트번트 폭포 - Arcadia, CA Sturtevant Falls는 Angeles National Forest에 있는 높이 약 50피트의 아름다운 폭포다. Santa Anita Canyon 계곡,...
12/23/2025

가 볼 만한 곳
스터트번트 폭포 - Arcadia, CA

Sturtevant Falls는 Angeles National Forest에 있는 높이 약 50피트의 아름다운 폭포다. Santa Anita Canyon 계곡, Chantry Flat Recreation Area에서 시작한다. 이 경로는 전형적인 왕복 하이킹 코스로 거리는 왕복 약 3.4마일이며 난이도 중간 수준의 경사와 약간의 오르막 있다.

​ 숲 속 그늘진 계곡을 따라 흐르는 Santa Anita Creek 물가를 따라 걷는다. 초반은 내려가는 길로 시작하며, 돌아올 때 그만큼 오르막을 올라야 한다. 트레일 헤드에서 1마일 정도 가면 Roberts Camp라는 오래된 오두막 지역을 지나고, 이후 폭포까지 이어진다. 겨울이나 봄철에 폭포 물줄기가 가장 풍부하고, 여름에는 물이 적고 덥다는 점을 감안하기 바란다. 가을에서 초겨울이 비교적 한적하고 온화한 날씨다. 대부분 그늘진 숲길이라 여름에도 비교적 쾌적한 편이다.

폭포 이름은 이곳을 개척하고 트레일을 만든 Wilbur M. Sturtevant에서 유래했다. 그는 1890년대에 Big Santa Anita Canyon 지역에서 Sturtevant Camp와 코스를 만든 초기 개척자이다. 이 트레일과 캠프가 유명해지면서 그 근처의 폭포도 자연스럽게 그의 이름을 따서 Sturtevant Falls라고 불리게 되었다.

Adventure Pass가 주차 시 필요하다. 1일 $5이며 연간 $30이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주차 공간이 빨리 차기 때문에 일찍 가는 편이 좋다. Eaton Fire 등의 산불로 인해 일시 폐쇄된 적이 있으며, 2025년 재개방된 상태다. 방문 전 Angeles National Forest나 현지 공공정보를 확인해 최신 트레일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 안전하다.

​210번 프리웨이를 타고 Santa Anita Avenue 출구로 나와 Santa Anita Avenue 북쪽으로 약 5마일 올라가면 Chantry Flat 주차장에 도착한다. 이곳이 트레일 헤드이다.

웹사이트: https://www.fs.usda.gov/r05/angeles
전화: (626)574-1613

나는야 1.5세 아줌마집열흘이라는 시간은 이상하다. 달력 위에서는 짧아 보이는데 몸으로 지나고 나면 꽤 많은 마음과 생각들이 겹쳐 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넘어온 지 열흘. 나는 지금 이곳에 있지만 아직 이곳에 살고...
12/23/2025

나는야 1.5세 아줌마


열흘이라는 시간은 이상하다. 달력 위에서는 짧아 보이는데 몸으로 지나고 나면 꽤 많은 마음과 생각들이 겹쳐 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넘어온 지 열흘. 나는 지금 이곳에 있지만 아직 이곳에 살고 있지는 않다. 비행기에서 내린 날부터 오늘까지 하루하루를 분명히 살고 있는데도 어디에도 정확히 닿아 있지 않은 기분이 든다. 내 집이 없기 때문일까.

요즘의 하루는 집을 찾는 일로 시작해 집을 찾는 생각으로 끝난다. 아침에 운동을 다녀와도 마음은 여전히 어딘가에 붙들린 채로 남아 있다. 차에 앉아 있어도 소파에 몸을 맡겨도 생각은 계속 같은 자리로 되돌아온다. 오늘은 몇 군데를 더 봐야 할지, 방의 크기와 동선은 괜찮았는지, 놓친 조건은 없었는지. 집을 보러 가는 날이 아니어도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문이 열리고 닫힌다. 하루에 서너 집씩 보고 주소만 바뀐 채 비슷한 질문을 반복하다 보면 정보들이 겹쳐지며 감각이 흐려진다. 무엇을 하고 있어도 완전히 즐겁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마음은 좀처럼 편안해지지 않는다. 집을 찾고 있다는 사실 하나가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나를 계속 불안한 쪽으로 기울게 만든다.

아이들과 함께 살 집을 찾는 일은 결국 삶의 반경을 다시 긋는 일이다. 아이들이 아침에 걸어 나설 길과 오후에 돌아올 풍경을 고르는 일이다. 학교까지의 거리, 횡단보도의 개수, 인근 공원과 주변 공기까지 모두 상상하게 된다. 몇 년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오른 렌트비는 그 상상을 자꾸 현실 쪽으로 끌어당긴다. 이 숫자가 감당 가능한가. 이 선택이 오래 버틸 수 있는가. 계산기를 내려놓고도 마음은 계산을 멈추지 않는다.

어떤 집은 들어서는 순간 마음이 접히고 어떤 집은 나올 때까지 계속 마음을 붙잡는다. 그런데 그렇게 마음이 움직였다가도 다시 차에 오르면 또 흔들린다. 이 집이 과연 아이들에게 괜찮을까. 이 선택이 몇 년 뒤에도 후회 없을까.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스스로가 답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만큼 절박하다는 생각도 든다.

집을 찾다 보니 내가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기준들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도 느낀다. 나는 원래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선호하던 사람이 아니다. 학교에 한인 학생이 절반 이상인 환경을 굳이 선택해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고 한인 밀집 지역에서 살아야겠다는 계획도 세워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 집 저 집을 돌아다니다 보니 사람들이 왜 이곳으로 모이는지 이해가 된다. 학군이 안정적이고 학교들이 가깝게 모여 있다. 아이들이 이동해야 할 거리가 명확하고 방과 후 활동을 이어가기도 수월하다. 병원이나 마트, 학원 같은 생활 인프라도 이미 잘 갖춰져 있다. 종교 활동이나 운동 모임 친목 활동까지 생각하면 이만한 환경이 또 있을까 싶다. 한인 커뮤니티를 완전히 벗어나 살 수 없는 현실이라면 차라리 가까이 있는 편이 덜 지치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선택이 바뀌었다기보다는 이해의 범위가 넓어졌다고 말하는 편이 맞을 것 같다.

하지만 그만큼 이 동네의 집들은 값이 높다. 같은 조건의 집이라도 이 지역에는 분명한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그 비용을 감당하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인지 계속해서 마음속 저울이 흔들린다. 아이들을 위해 조금 더 무리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인지 아니면 다른 방식의 안정이 가능한지 판단이 쉽지 않다. 그래서 요즘은 가만히 있어도 마음이 자주 기울어진다. 부모님 댁에 머물며 지내고 있지만 문득문득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돌아갈 내 집이 아직 없다는 사실은 사람을 조용히 지치게 한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미국으로 다시 돌아오는 우리 가족에게 집은 유난히 큰 의미를 가진다.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공간을 넘어 미국에서 다시 시작되는 생활의 기준이 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받은 긴장을 내려놓는 요새이며 마음이 무너질 때 가장 먼저 숨을 고를 수 있는 쉼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우리는 집을 사는 것이 아니다. 렌트다. 살아보고 아니면 또 옮기면 되는데 마치 평생 살 집을 고르듯 이렇게까지 고심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마음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방향을 바꾼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가도 돌아서면 다시 망설이고 오늘은 꼭 결정하자고 마음먹었다가도 밤이 되면 또 내일로 미뤄둔다. 단단해졌다가 느슨해지고 결심했다가 흔들리는 이 반복이 요즘의 나를 닮아 있다.

언젠가 이 시간을 떠올리며 미소 짓게 될 날도 오겠지. 집을 찾아 헤맨 이 열흘을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살았다는 사실이 조금은 정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신발을 아무렇게나 벗어놓고 소파에 몸을 던지는 그 집에서 문득 이 시절을 떠올리며 그때 우리가 참 애썼지 하고 말하면서 말이다.

발행인 칼럼 2026년에도 걸을 것이다 2025년이 열흘 남짓 남았다. 한해를 보내는 서운함과 새해를 맞이한다는 설렘이 교차하고 있다. 옛 사진첩을 무심코 넘기던 중에 사진 한 장에 잠시 멈췄다. 주말이면 빼놓지 않...
12/23/2025

발행인 칼럼
2026년에도 걸을 것이다

2025년이 열흘 남짓 남았다. 한해를 보내는 서운함과 새해를 맞이한다는 설렘이 교차하고 있다. 옛 사진첩을 무심코 넘기던 중에 사진 한 장에 잠시 멈췄다. 주말이면 빼놓지 않고 산을 찾던 시절, Sturtevant Falls 트레일 헤드에서 Lower Winter Creek Trail로 진입하자마자 Spruce Grove Camp로 들어서기 직전에 찍은 사진이다.

그 사진 속 표지판이 내 시선을 붙잡았다. “May your search through nature… Lead you to yourself.” 자연을 향한 탐구가 당신을 당신 자신에게로 인도하기 바란다는 이 문장은, 잠시 멈춰 깊은 숨을 들이마시게 하는 힘이 있다.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숨 가쁘게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무디어 가던 나의 내면을 부드럽게 깨워주는 문장이다.

사실 ‘자연 속에서 나를 찾는다’는 생각은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사상가와 성인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자연을 통해 인간이 자신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해왔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자연을 따르는 것이 곧 도(道)”라고 했다. 억지로 애쓰지 않고, 흐름에 자신을 맡길 때 비로소 본래의 자리에 설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말은 지금 우리의 분주한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바쁜 일상에 쫓기다 보면 우리는 ‘나’의 중심을 잃은 채 살아간다. 빠르게 돌아가는 도시의 리듬 속에 묻혀, 내가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자주 잊는다. 마음속의 소용돌이가 나 자신에 의해 만들어진 것임을 알면서도, 그 파장을 잠재울 방법을 찾지 못한 채 더 빠른 속도로 정보의 홍수 속으로 자신을 밀어 넣는다. 그럴수록 내면의 소리는 점점 더 작아진다.

이럴 때 자연은 단순한 풍경만 보여주지 않는다. 나 자신의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 같은 존재가 된다. 프랑스 사상가 장 자크 루소는 “자연으로 돌아가라. 그곳에서 인간은 가장 인간다워진다”고 말했다. 자연이 우리에게 새로운 무언가를 더해주지는 않는다. 이미 우리가 갖고 있었으나 잠시 잃어버린 감각과 본성을 되돌려준다.

울창한 숲속 나무 아래 서 있을 때 문득 찾아오는 고요함, 멀리서 들려오는 새소리, 발밑에서 뒹구는 나뭇잎의 바스락거림은 우리의 감각을 천천히 되살린다. 자연은 말없이 묻는다. “당신의 속도는 괜찮습니까?” “당신의 마음은 지금 어디에 머물고 있습니까?”

일상에서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 질문들이 숲에서는 또렷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자연을 향한 탐색이 곧 나를 향한 탐구로 이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연은 또한 뒤죽박죽 엉켜 있는 삶의 가치들을 조용히 제자리에 놓아준다. 나무는 결코 서두르지 않고, 강물은 멈추지 않으며, 산은 말없이 그 자리를 지킨다. 미국의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나는 삶의 본질을 마주하기 위해 숲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그는 월든 호숫가 숲속에서 손수 오두막을 짓고 2년 2개월 2일 동안 최소한의 비용으로 실험적인 삶을 살았다. 그가 숲에서 찾고자 했던 것은 웅장한 풍경이 아니라, 삶의 핵심과 자신에 대한 진실이었다.

자연 속에서 우리는 잊고 있던 단순함과 균형, 그리고 묵묵함의 가치를 떠올린다. 더 많이 가진 사람이나 더 빠른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충실한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자연은 조용히 가르쳐준다. 경쟁과 비교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힘, 이것이 자연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이다.

종교인이나 명상가들이 “자연은 최고의 스승”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연 속 명상은 특별한 기술을 요구하지 않는다. 나무를 바라보며 호흡을 고르고, 바람이 스치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발걸음을 의식적으로 늦추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불교에서는 이를 두고 “지금 이 순간에 머무는 연습”이라고 말한다. 자연은 우리를 과거의 후회나 미래의 불안에서 현재로 되돌려 놓는다.

이러한 경험은 심리학적 연구에서도 뒷받침된다. 초록의 숲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호르몬이 감소한다. 짧은 자연 산책이 불안과 우울을 완화한다. 이는 자연을 찾는 일이 단순한 취미나 여가 활동을 넘어, 자기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선택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자연을 만나기 위해 꼭 멀리 떠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사는 동네 주변의 공원, 호숫가 산책로, 나무가 늘어선 길만으로도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장소가 아니다. 잠시 멈추어 자신을 돌아보려는 마음이다.

독자 여러분께 제안을 드린다. 시간을 내어 가까운 공원을 걸어보자. 특별한 목적 없이 나무를 바라보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바람의 숨결을 느껴보자. 그 짧은 시간이 의외로 심신의 큰 변화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나 자신으로 향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나는 2026년 새해에도 매일 아침 공원을 찾을 것이다.

셀폰으로 본 세상크리스마스 트리지난 월요일 아침, 공원을 걷다가 발견한 크리스마스 트리이다. 함께 걷던 친구와 나는 바닥에 그려진 트리를 보고 동시에 한 마디 했다. “아이들이 그린 것 같지는 않다”, “틀림없이 아...
12/17/2025

셀폰으로 본 세상
크리스마스 트리

지난 월요일 아침, 공원을 걷다가 발견한 크리스마스 트리이다. 함께 걷던 친구와 나는 바닥에 그려진 트리를 보고 동시에 한 마디 했다. “아이들이 그린 것 같지는 않다”, “틀림없이 아이들을 위해 어른이 그린 솜씨다” 누가 그렸을까? 어린 아이들은 아닌 것 같다.

주말에 공원을 찾은 이들이 그려 놓고 간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며 한 해가 가고, 새해가 가까워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크리스마스, 나이 먹었음에도 설렘이 있고, 은근히 선물이 기다려진다.

가 볼 만한 곳 Sequoia National ParkSequoia National Park는 캘리포니아주 시에라네바다 산맥에 위치한 국립공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들이 자라는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셔먼 장군 ...
12/17/2025

가 볼 만한 곳
Sequoia National Park

Sequoia National Park는 캘리포니아주 시에라네바다 산맥에 위치한 국립공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들이 자라는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셔먼 장군 나무(General Sherman Tree)는 부피를 기준으로 했을 때, 세계 최대의 나무로 잘 알려져 있다.

수천 년 된 거대한 세쿼이아(자이언트 세쿼이아) 나무들이 밀집한 숲이 장관이며, 고대 삼림으로 이루어진 ‘자이언트 포리스트(Giant Forest)’를 걷는 것만으로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자이언트 포리스트 인근의 모로 록 트레일(Moro Rock Trail), 크리센트 메도(Crescent Meadow) 등은 인기 산책로로 알려져 있다.

깊은 협곡과 고산 지대가 길게 펼쳐지며, 빙하가 만든 지형 등 풍부한 자연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킹스캐년 국립공원과 인접해 있으며, 두 공원은 사실상 하나처럼 운영되며 자연환경이 매우 비슷하다.

수많은 트레일이 있으며 흑곰, 사슴 등 다양한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다. 웅장한 자연의 규모를 직접 체감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미국 서부의 대표적인 국립공원이다.

입장료는 차량 1대당 $35, 도보나 자전거 통행시 $20, 15세 이하는 무료. 2026년부터는 일부 국립공원에서 비거주자는 추가 요금을 $100 정도 받겠다는 정책이 발표된 바 있다. 2026년 이후 여행하는 분들은 반드시 요금을 확인하기 바란다. 겨울철에 일부 구간 출입을 제한하기 때문에 출발 전에 반드시 공원 안내 사이트에 들어가 점검하기 바란다. 필자가 방문했던 지난 11월 22일에도 눈이 그리 많이 오지 않았음에도 몇 군데 통행을 금지한 바 있었다.

나는야 1.5세 아줌마연예계 하차 소란요즘 뉴스를 켜면 익숙한 얼굴들이 잇따라 하차 소식을 전한다. 스크린 속에서 늘 활기와 웃음을 만들던 이들이 사과문을 내놓으며 무대 밖으로 밀려나는 장면을 볼 때마다 마음 한쪽이...
12/17/2025

나는야 1.5세 아줌마
연예계 하차 소란

요즘 뉴스를 켜면 익숙한 얼굴들이 잇따라 하차 소식을 전한다. 스크린 속에서 늘 활기와 웃음을 만들던 이들이 사과문을 내놓으며 무대 밖으로 밀려나는 장면을 볼 때마다 마음 한쪽이 묘하게 서늘해진다. 단순한 연예계 이슈로 넘기기에는 그 속도가 너무 빠르고 결말도 너무 급작스럽다. 실수와 잘못을 더 이상 가볍게 넘기지 않는 사회의 변화는 분명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나는 이 모든 과정이 너무 가파르고 날카롭게만 흘러가는 것이 왠지 위태롭게 느껴진다.

물론 공인의 자리에 선 사람은 일반인보다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 그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상처받은 사람에게는 그 상처가 정당하게 다뤄져야 하고 사회적으로도 합당한 책임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아무리 공인이라 해도 한 사람을 표적 삼아 손부터 드는 장면 앞에서 나는 종종 멈칫하게 된다. 누군가의 이름이 거론되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달려들어 흙먼지를 일으키듯 비난을 쏟아붓는 광경을 보면 사실을 분별하려는 마음보다 손쉬운 공격의 쾌감에 가깝게 느껴질 때가 있다. 던져진 첫 돌이 신호가 되어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달려가는 것 같은 풍경을 마주하면 이게 과연 온당한가 묻게 된다. 그들의 실수 속에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우리의 허점과 그림자까지 함께 비쳐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이런 하차 소식들과 마주할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나는 완벽한가. 나는 티 없는 사람인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남기지 않은 채 살아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요즘의 풍경을 보며 이상하게 이런 질문들이 자꾸 마음 깊은 곳에서 떠오른다. 화려한 무대 위에 서 있는 사람이든 일상을 걷는 평범한 사람이든 인간은 누구나 허점이 있고 서툴고 모자란 존재라는 단순한 사실을 우리는 너무 쉽게 잊는다. 과연 나는 공인의 실수를 바라보며 강한 정의감을 느낄 만큼 그 자리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이런 질문들 앞에서 마음이 조금은 숙연해진다. 이건 잘못을 덮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을 판단할 때 조금 더 너르게 숨을 고르자는 뜻이기도 하다.

세상은 지금 책임을 묻는 일에 익숙해지고 있고 그 흐름 자체는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오래도록 숨죽여 있던 이들의 목소리를 드러내야 하고 잘못된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그 흐름이 한 인간의 삶 전체를 한순간에 무너뜨리고 지워버리는 방식으로만 작동하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 잘못을 바로잡는 일과 그 사람의 존재를 부정하는 일은 애초에 서로 다른 이야기인데 우리는 요즘 이 둘을 같은 무게로 다루고 있는 것 같다. 회복의 시간과 변화의 가능성을 남겨두지 않은 채 퇴장만을 남겨두는 방식이 과연 우리가 바라는 공동체의 모습인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특히 오래 봐온 얼굴들이 스크린에서 사라질 때 느끼는 복잡함은 단순한 팬심 때문이 아니다. 우리는 그들을 통해 웃고 위로받고 버텼던 시간이 있다. 그들을 통해 여러 번 웃었고 잠시나마 마음의 무게를 덜어낸 날들도 있었다. 화면 속에서 전해준 그 작은 즐거움과 가벼운 웃음들은 분명 우리 일상의 일부였다. 그래서일까. 미성숙한 행동과 잘못으로 한순간에 평생 쌓아온 탑이 무너지는 모습을 바라보면 마음 한쪽이 묘하게 허망해진다. 어쩌면 우리는 그들이 완벽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은근히 완벽하길 바랐던 것인지 모른다. 그래서 그들의 연예계 하차 소식이 더 갑작스럽고 더 씁쓸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나는 요즘 이 소란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는 모두 미완성인 존재다. 누군가는 크게 실수하고 누군가는 조용히 어긋나지만 그 결함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사회가 책임을 묻되 회복의 자리를 남겨두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누구나 잘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는 왜 이토록 무자비해졌는가. 회복의 가능성을 남겨두고 싶다는 마음은 너무 순진한 바람일까. 인간의 삶이란 원래 굴곡과 시행착오로 이루어져 있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용서와 배움의 자리가 존재하는 것인데 우리는 점점 그 자리를 좁히고 있는 것 같다. 너무 모나지도 너무 무르지도 않은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일. 상처를 가볍게 여기지 않되 사람을 통째로 내치지 않는 일. 변화의 필요성과 인간의 불완전함을 동시에 품는 일. 이 균형이 지금 시대에 가장 어려우면서도 절실한 지점 같다.

언젠가 소란이 조금 가라앉으면 우리는 다시 스스로에게 묻게 될 것이다. 완벽을 강요하는 사회가 아니라 서로의 결함을 이해하는 사회를 원하는지. 누군가의 잘못을 단죄하는 데만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그가 다시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자리를 허락할 것인지. 그리고 그 질문들 앞에서 나 또한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지. 요즘의 풍경은 내게 이 조용한 질문들을 남긴다. 어쩌면 우리가 더 단단해지고 더 성숙해지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물결일지도 모른다.

발행인 칼럼“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한국에서 최근 공개된 텔레그램 메시지 사건은 우리 사회가 다시 한 번 공직 인사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돌아보게 만든다. 어떤 국회의원이 특정 인사를 산업 관련 협회 회장으로 추천해...
12/17/2025

발행인 칼럼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

한국에서 최근 공개된 텔레그램 메시지 사건은 우리 사회가 다시 한 번 공직 인사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돌아보게 만든다. 어떤 국회의원이 특정 인사를 산업 관련 협회 회장으로 추천해 달라고 대통령실 비서관에게 요청했다. 해당 비서관은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에게 추천하겠다”고 답한 내용이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훈식이 형은 비서실장, 현지 누나는 부속실장의 실명이다. 공직에 있는 사람들이 호칭을 형, 누나로 한다는 점도 불편하게 느껴진다, 이후 논란이 확산되자 비서관은 사직서를 제출했고 대통령실은 즉각 수리했다. 이 일련의 과정은 사실로 확인된 정보이며, 그 자체만으로 공직 인사 과정에서 비공식적 영향력이 작동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메시지에 등장한 인물들이 대통령과 같은 대학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학연에 기반을 둔 인사 개입’이라는 의심이 커졌다. 한국 사회에서 학연과 지연은 꽤 오래된 문제이다. 공직 인사 영역에서는 더욱 엄격한 기준 적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직 인사 과정은 단순한 인물 배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책 방향, 기관 운영, 국민 신뢰로 이어지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진보정권, 보수정권 할 것 없이 그동안 반복되어 왔던 ‘비공식 라인에 의한 인사 개입 논란’을 떠올리게 한다. 예컨대 과거 여러 정부에서 청와대나 행정부 주변 인물이 특정 인사를 추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그때마다 투명성 부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는 특정 정권이나 특정 인물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정치, 행정문화 전반에 남아 있는 구조적 문제임을 시사한다. 인사는 국가 운영의 핵심이며 그 과정에서 작은 의혹이라도 발생하면 국민의 분노와 불신을 자극하기 쉽다.

이번 사건이 던진 중요한 메시지는 ‘사실과 해석을 분리하라’는 것이다. 언론이 공개한 메시지, 사표 제출, 인사 추천 요청은 실제 있었던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바로 “정권 전체가 카르텔화되어 있다”거나 “특정 인물이 모든 인사를 좌지우지한다”는 식으로 확대하는 것은 섣부른 일반화이다. 확인된 사실에 기초해 분석하되, 증거가 불충분한 영역은 추정이나 의혹으로 분리해 판단하는 것이 성숙한 공적 논의의 기본 태도다.

공공기관 인사에서 투명성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공직 인사 과정의 불투명성은 기관 신뢰도뿐 아니라 정책 성과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는 우리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인사 청탁 의혹이 반복될 때마다 “왜 절차가 보이지 않는가?”, “누가 어떤 권한을 가지고 있는가?”, “검증 과정은 적절했는가?”와 같은 근본적 질문이 제기된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선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대통령실과 관련 인사들은 사건과 관련된 문서, 통화, 추천 경위 등을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 투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불신을 해소할 수 있다. 둘째, 공공기관장 선임 절차를 법적, 제도적으로 더 정교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추천권 행사자 명단 공개, 비공식 채널 보고 금지, 이해상충 심사 강화 등 구체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의혹이 제기된 경우 내부가 아닌 독립적 감찰 기구의 조사를 받도록 하는 절차도 고려될 수 있다. 이는 당사자에게는 억울한 누명을 막고 국민에게는 공정성을 보장한다.

이번 사건은 ‘군주민수(君舟民水)’, '임금은 배, 백성은 물'이라는 고사성어를 떠올리게 한다. 배를 띄우는 것은 물이며, 물은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즉, 국민의 신뢰가 사라지면 국정 동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인사는 정책 구상의 출발점인 만큼 그 과정이 투명해야 국정 전반에 대한 신뢰도 확보된다.

또한 대의명분을 바로 잡아 그 어떤 잣대를 들이대도 공명정대해야 한다는 ‘정명(正名)’의 관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공직자의 이름과 역할이 제대로 설정되지 않으면, 권한이 뒤얽히고 책임 소재가 흐려져 결국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이번 사건에서 국민이 묻는 핵심은 “누가 실제로 인사 권한을 행사했는가?”, “그 절차는 공식적이었는가?”,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정명(正名)의 문제이다.

정치의 기본은 신뢰다. 냉정한 사실 확인을 바탕으로 제도적 개선을 추구할 때, 사회는 더 단단해지고 공직 인사의 수준도 높아질 것이다. 감정적 비난이나 확인되지 않은 의혹의 남발은 오히려 본질을 흐릴 뿐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사 절차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논의가 지속되길 기대한다.

셀폰으로 본 세상2025 Chrismas저녁 식사 후에 동네를 한 바퀴 돈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서 한 집, 두 집,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장식을 걸기도 하고 조형물을 설치하기도 한다. 공들여 설치한 작품들을 매...
12/09/2025

셀폰으로 본 세상
2025 Chrismas

저녁 식사 후에 동네를 한 바퀴 돈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서 한 집, 두 집,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장식을 걸기도 하고 조형물을 설치하기도 한다. 공들여 설치한 작품들을 매일 저녁 무상으로 즐기고 있다. 사진 속에는 산타 할아버지와 눈사람, 그리고 크리스마스트리가 서있고, 오른쪽 구석에는 선물을 가득 싣고 썰매 타고 오는 산타클로스가 ‘2025년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2025년 12월 2일 오후 7시 02분 촬영

가 볼 만한 곳자브리스키 포인트 - 데스벨리자브리스키 포인트(Zabriskie Point)는 데스밸리 국립공원에서 가장 상징적인 전망 포인트 중 하나이며, 특히 일출 명소로 유명하다. 황금빛, 베이지색, 초콜릿색이 ...
12/09/2025

가 볼 만한 곳
자브리스키 포인트 - 데스벨리

자브리스키 포인트(Zabriskie Point)는 데스밸리 국립공원에서 가장 상징적인 전망 포인트 중 하나이며, 특히 일출 명소로 유명하다. 황금빛, 베이지색, 초콜릿색이 층층이 섞인 지형이 시야 전체에 펼쳐지는 것이 장관이다. 자브리스키라는 명칭은 데스밸리 개발에 앞장섰던 Pacific Coast Borax Company의 부사장이었던 Christian Brevoort Zabriskie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이곳의 주변 지형은 침식에 의해 형성된 파도처럼 굽이치는 배드랜즈(badlands)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높은 전망대에서 아래의 굴곡진 언덕과 멀리 펼쳐진 거대한 분지(Death Valley Basin)까지 광활한 파노라마를 한 번에 볼 수 있다. 현재의 지형은 대략 500만~1,000만 년 전 머드 레이크(Mud Lake)라는 고대 호수가 마르면서 형성된 퇴적층이 침식된 것이다. 진흙과 점토, 화산재 등이 층층이 쌓였다가 물과 바람의 침식으로 깎여 지금의 독특한 굴곡이 생겼다. 특히 맨리 포인트(Manly Beacon)는 가운데가 뾰족하게 솟아 있는 상징적 지형물이다.

일출(Sunrise)은 자브리스키 포인트의 대표적인 시간대이다. 해가 지평선 너머에서 떠오를 때 언덕 전체가 금빛으로 물들며 색이 계속 변하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아침에는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지형의 굴곡이 더 뚜렷하게 살아난다. 일몰(Sunset)도 뒤쪽 산맥이 붉게 물드는 색감이 아름답다.

여름의 데스밸리 온도는 매우 높다. 일출 방문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이지만 물과 모자 필수다. 전망대 주변에서 깊은 곳으로 내려가는 트레일은 기온에 따라 위험할 수 있으니 가능한 한 오전에 방문할 것을 권한다. 공식 트레일이 아닌 지역으로의 이동은 자제하기 바란다,

여유가 있다면 자브리스키 포인트 근처의 Golden Canyon이나 Manly Beacon Loop 등을 하이킹할 수도 있다. 아래의 사이트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 후에 여행을 계획하기 바란다.

https://www.nps.gov/deva/index.htm

나는야 1.5세 아줌마작별떠날 날이 가까워지니 동네가 조금씩 낯설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특별한 일이 생긴 것도 아닌데 평소처럼 걷는 길에서도 자꾸 걸음이 멈춰지고 사소한 풍경 하나에도 생각이 길어졌다. 여덟 해 동안...
12/09/2025

나는야 1.5세 아줌마
작별

떠날 날이 가까워지니 동네가 조금씩 낯설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특별한 일이 생긴 것도 아닌데 평소처럼 걷는 길에서도 자꾸 걸음이 멈춰지고 사소한 풍경 하나에도 생각이 길어졌다. 여덟 해 동안 당연하게 지나쳤던 간판과 익숙한 소리들까지 오늘은 유난히 또렷했다. 마음이 예민해져서 그런 건지 아니면 떠난다는 사실이 실감 나기 시작해서인지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딸아이 감기 때문에 동네 병원을 찾는 평범한 일조차도 괜히 마음 한구석을 건드렸다. 늘 그랬던 하루인데도 오늘은 이상하게 더 아리고 더 오래 보고 싶었다.

문이 열리자 익숙한 병원 냄새가 나를 가만히 붙잡았다. 접수대 직원분은 오래전부터 우리 얼굴을 알고 있는 사람 특유의 온기를 담아 미소로 인사했다. 여덟 해 동안 온갖 바이러스와 계절을 함께 건너온 병원이었다. 얼마 전 미국행 준비 때문에 예방접종 서류를 부탁드렸을 때 당신은 좋기도 하지만 섭섭하다고 하셨다. 그때는 웃으며 넘겼지만 오늘 진료를 기다리며 의자에 앉아 있으니 그 말이 새삼 깊게 다가왔다. 아이들이 감기만 걸려도 자연스럽게 향했던 이곳에 이제는 다시 발을 들일 일이 없다는 사실이 웬일인지 서운했다. 떠난다는 건 결국 이런 의미일지도 모른다. 일상이라고 생각했던 당연하고 자잘한 것들이 자리를 잃는 일.

잠시 뒤 낯익은 얼굴이 병원 안으로 들어왔다. 이틀 전에 만나 같이 밥도 먹은 친구였다. 감기기운이 있다며 손을 흔들고 자리에 앉았다. 또 잠시 후 성당에서 함께 지내던 교우분이 들어오셨다. 손녀가 독감이었다. 같은 동네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자연스럽게 한 공간에 모여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풍경이 참 이곳답다. 우리의 대화는 결국 우리 가족이 미국으로 떠나는 이야기로 흘렀다. 서로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공기 속에는 헤어짐을 앞두고 생기는 묘한 결이 잔잔하게 번지고 있었다.

병원에서 나와 단골 야채가게로 향했다. 가까워질수록 군고구마 냄새가 골목을 채우고 있었고 사장님은 내가 늘 묻던 질문을 이미 알고 계신 듯 “오늘은 과일 뭐가 맛있어요?”라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몇 가지를 손에 들며 설명을 시작하셨다. 군고구마와 귤 한 봉지를 손에 들고 이런 대화가 바로 이 동네의 온도를 만든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미국에서는 쉽지 않을 소소하고 정다운 풍경이다.

친구네 시어머니가 찾는 캄비숑이라는 약을 구하러 약국 다섯 곳을 돌았다. 형광등 아래를 지나다 만나는 여러 표정들과 사무적인 인사들. 네 곳에서 없다는 말을 들었고 다섯 번째 약국에서야 재고 하나를 찾았다. 주문하면 오후에 들어온다기에 다섯 개를 부탁드렸더니 약사님은 흔쾌히 챙겨주셨다. 이런 느슨하고도 다정한 친절이 이 도시의 오래된 힘이 아닐까. 어디에서도 복잡하지 않게 마음이 닿는 방식. 결제를 미리 하고 물건이 준비되면 전화 달라 부탁드리고 나오는데 직원분의 내 등뒤로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라고 유난히 경쾌하게 인사를 던진다. 오늘의 나를 응원하는 파이팅처럼 들려오는 것도 기분 탓일까...

오는 길에 수선집에 들러 딸아이 니트를 찾았다. 사장님은 옷을 건네다가 우리가 미국으로 간다는 말을 듣는 순간 눈가가 붉어졌다. 특별한 인연이 있었던 사이도 아닌데 아이들 교복이나 체육복을 줄일 때마다 돈을 받지 않겠다던 분이었다. 삶이란 참 알 수 없다고 그래도 건강하고 행복해야 한다고 문밖까지 배웅해 주셨다. 떠나는 사람의 마음보다 남는 사람의 마음이 더 깊을 때가 있다. 원래 그런 인사까지 주고받는 사이가 아니었는데 나는 그만 “서울 오면 또 놀러 올게요”라는 말을 하고 말았다.

집에 돌아오니 이삿짐이 집 안에 한가득 쌓여 있었다. 물건마다 시간이 눅진하게 켜켜이 쌓여 있었다. 아이들 이름이 새겨진 오래된 작품들, 그해 여름에만 신나게 신었던 샌들, 부러져도 버리지 못한 연필들... 내 손이 닿았던 시간들이 박스 속에서 서로 겹쳐져 있었다. 한참을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짐을 싸고 있는데 계속해서 문자가 들어왔다. 밥은 먹었냐, 잠깐 도와줄까, 뭐 필요한 건 없니 그런 연락들. 떠나는 사람의 하루를 작은 마음들로 자꾸 붙잡아주는 사람들이 있고 그 작은 안부들이 오늘 하루의 배경음처럼 잔잔하면서도 따뜻하게 흐르고 있었다.

그때 약국에서 전화가 왔다. 약이 준비되었다고. 그래서 다시 외투를 챙겨 집을 나섰다. 이 모든 것이 걸어서 가능한 작은 동네. 걷다 보면 아는 얼굴들을 자꾸 마주치는 정다운 동네. 이 동네는 마지막까지 나를 쉽게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마치 한 장면이라도 더 기억해 가라고 조용히 내 손을 붙잡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제 이 풍경을 떠나야만 한다. 이곳에서 참 많은 인연을 만났고 따뜻한 마음들을 받았지만 그 모든 시간 위로 내게 가장 큰 상실이 겹쳐 있었다. 서울은 내가 버티고 견뎌야 했던 도시였다. 마음이 무너지는 날에도 아이들을 챙겨야 했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사람들을 만나야 했고 매일의 생활을 다시 이어 붙여야 했던 곳. 그 과정에서 나는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또 얼마나 많이 웃으며 버텼는지 이제야 또렷하게 떠오른다. 상실을 지나 다시 살아보려 애썼고 어느 날은 버텼고 어느 날은 무너졌다가 또 일어났다.

그러나 오늘 하루는 마치 서울이 나에게 마지막 앨범을 건네는 것 같았다. 특별하지 않은 일들이 모여 하나의 계절이 되고 정다운 대화들이 쌓여 이곳을 집으로 만들었다. 떠나기 직전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 있다면 아마 이런 것이리라. 평범했던 하루가 사실은 늘 나를 지켜주던 배경이었고 아주 사소해 보이던 순간들이 내 삶을 떠받치던 뿌리였다는 것. 나는 이 평범함을 오래도록 그리워할 것이다. 오늘의 소소한 풍경들은 앞으로도 내 삶의 깊은 자리에서 조용히 다시 살아날 것이다.

서울에서의 지난 8년이 마냥 행복했던 것만은 아니었겠지만 힘들었던 날에도 나를 일으켜준 사람들이 있었고 말없이 곁을 지켜준 풍경들이 있었다. 때로는 벅찼고 때로는 고마웠고 또 어떤 날들은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으로 버텨낸 시간들이었다. 그 모든 감정과 계절이 한꺼번에 겹쳐지니 이 도시와의 작별이 조용히 아려온다. 나는 이제 이 마음들을 그대로 품고 다른 곳으로 가려한다. 이 도시에서 함께한 모든 기억과 마음들도 그렇게 조용히 나를 따라올 것이다.
참 고마웠습니다!

http://www.townnewsusa.com/MSBoard_View.aspx?boardid=msc01&uid=3370&page=1&pg=0&subboardid=&sort=&sortdir=&parentuid=0&cid=&boardcategory=8&liststyle=STD&theme=&customsectionLeft=&CustomSectionRight=

발행인 칼럼어머니의 집연말연시가 되면 우리는 자연스레 한 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시간을 준비하게 된다. 기쁨과 성취가 떠오르는 이들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마음 한편이 허전해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오늘은 요즈음 세태...
12/09/2025

발행인 칼럼
어머니의 집

연말연시가 되면 우리는 자연스레 한 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시간을 준비하게 된다. 기쁨과 성취가 떠오르는 이들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마음 한편이 허전해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오늘은 요즈음 세태 속에서 잃어버리고 있는 가치, 그리고 우리가 다시 붙들어야 할 인간적 품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실제 있었던 어느 가족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몇 해 전, 오랜 세월 함께해 온 부인이 암 진단을 받자 남편은 자신의 삶을 온전히 부인 돌봄에 바쳤다. 집안 살림은 물론, 몸을 가누지 못하는 아내의 배설물까지 고무주머니에 받아가며 환자의 곁을 지켰다. 더 나아가 침과 뜸을 배우고 직접 시술하며 아내의 회복을 위해 온갖 정성을 쏟아 부었다. 그의 지극한 정성 덕분인지 발병 부위의 암세포는 기적적으로 사라졌고, 의사들까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몇 해 지나서 안타깝게도 암은 다른 장기로 전이되었고, 끝내 부인은 남편 곁을 떠나고 말았다.

놀라운 것은 그토록 헌신한 아버지에게 네 명의 자식 중 누구 하나 고마움을 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의 모든 희생을 마치 당연한 일처럼 여겼다. 더욱 씁쓸한 일은 장례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났다. 한 아들이 ‘내가 팔아도 혼자 갖지 않겠다’며 아버지와 형제들을 설득해 포기 서명을 받아낸 다음에 어머니 명의의 집을 자신의 이름으로 변경했다. 그리고 미국에 사는 자녀의 초청으로 아버지가 잠시 집을 떠난 사이, 그 아들은 집을 팔아 자신의 새 주택 구입에 보탰고, 본인 살던 집까지 팔아 더 큰 집으로 이사했다. 한국에 잠시 들른 아버지는 그제야 집이 팔린 사실을 알았고, 당연히 정당한 몫이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아들은 새 집 구입에 모두 사용했다며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소식을 들은 미국 거주 아들이 급히 귀국해 형제들을 모아 아버지께 최소한의 금액이라도 드리고 형제들에게도 나누는 것이 도리 아니냐고 했지만, 이 아들은 집을 구입할 때 자신이 부모에게 지원한 돈이 많았고, 수리할 때마다 자기가 돈을 지불했다며, 그 집은 ‘본인의 집’이라고 주장했다. 형제들은 서로의 마음이 다치지 않기 위해 더 이상 큰소리 내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그날 이후 형제들 간의 왕래는 끊겼고, 지금까지 단절된 채 살아가고 있다. 드라마나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제 이야기이다.

물론 그 아들이 처음부터 부모의 재산을 노리고 행동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고령의 아버지 혼자 부동산을 관리하는 것이 걱정스러웠을 수도 있고, 세입자 문제나 유지 관리를 편하게 하려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삶의 여러 상황과 유혹은 사람의 생각을 조금씩 바꾸어 놓는다. 필요와 욕망이 맞물리면 어느 순간 ‘내가 당연히 가져도 된다’는 자기 합리화가 고개를 들기 마련이다.

평생 가족을 위해 일하고, 마지막 남은 삶의 동반자마저 떠나보낸 뒤, 집 한 채가 전부였던 그의 노후는 결국 자식의 손에 의해 허무하게 무너졌다. 이 이야기는 노년을 맞이한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과 경고를 준다. 부모의 인생이 자식의 재산 관리 방식에 의해 위태로워진다면 우리 사회는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하는가.

우리 선조들은 효(孝)를 다섯 가지로 설명했다. 물질적으로 부모를 모시는 봉양(奉養), 부모의 뜻을 헤아리는 양지(養志), 공손한 태도로 대하는 공대(恭待), 부모를 욕되게 하지 않는 불욕(不辱), 그리고 자신의 뜻을 세워 세상에 이름을 드러내 부모를 기쁘게 하는 입신양명(立身揚名). 이 다섯 가지는 오래된 덕목이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삶의 기준이다.

물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이 모든 덕목을 완벽하게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최소한 부모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드리고, 부모의 마지막 남은 재산을 탐하지 않으며,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잊지 않는 것—이것만으로도 효의 큰 줄기는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연말의 문턱에서 이 이야기가 우리 각자에게 필요한 질문 하나를 던져주고 있다. ‘나는 부모에게, 그리고 가족에게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그 물음 앞에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올 한 해를 의미 있게 마무리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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